이 회사는 출범한 지 3년이 채 안된 지난해 말 141억엔의 경상이익과 116억엔의 흑자를 내 주목을 받았다. 전년도에 경상적자 141억엔, 순손실 323억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성공의 비결은 전문화와 차별화로 요약된다. 대형 증권사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은행 등 지역금융기관과 학교법인 사단법인 등 틈새시장을 찾아다니는 영업 전략을 펼쳤다. 여기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한몫했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직원 1400명을 감축하고, 점포 34개를 폐쇄했다.
한국증권업협회 이형기 연구위원은 “신코증권의 행보에서 한국 증권사들이 위기를 탈출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화, 차별화는 필수다=한국 증권업계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가 ‘판박이 영업행태’이다.
강전 금융감독원 증권연구팀장은 “2000년 이후 증권사들이 나름대로 차별화 노력을 했지만 최근 위탁매매업 비중이 80%가량으로 오히려 높아졌다”며 “위탁매매업 중심에서 기업금융업, 펀드판매업, 자산관리업 등으로 업무영역을 다양화, 전문화하지 않으면 증시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도 지난해 말 “현행 경영방식대로라면 국내 44개 증권사 가운데 최소한 절반 이하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놔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 같은 증권사의 판박이 영업행태는 증권사간 인수합병 등을 통한 증권 산업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합병해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이를 인정하고 나름대로 특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걸림돌이 있다. 정부의 증권회사에 대한 지나친 규제 때문이다.
최운열 한국금융학회장은 “증권사가 시장상황에 맞게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선 증권사가 다룰 수 있는 상품을 일일이 열거하는 법체계에서 다뤄선 안 되는 상품만 열거하는 포괄적 열거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너진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개인투자자들의 증시외면이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베인 앤 컴퍼니 코리아가 최근 1년간 국내소비자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투자를 말리겠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주가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위탁매매수수료를 얻기 위해 매매건수 늘리기에 주력할 뿐 고객자산 불리기를 외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크고 작은 증권 관련 사고도 투자자들이 증시를 경원시하게 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이와 관련해 “증권업 종사자에 대한 윤리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증권사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업 중심의 금융정책을 증시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보성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은 성장잠재력은 크지 않지만 위험도가 낮은 ‘전통적인 산업’에, 자본시장은 실패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성공시 보상이 큰 ‘혁신적인 산업’에 각각 자금 대출을 집중하게 된다”며 “한국에서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를 중심 산업으로 키워 나가기 위해선 증시 육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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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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