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증권사 영업직원이 전하는 서울 강남의 한 객장 모습이다. 그는 “고객 주문이 끊기면서 약정은 사실상 포기 상태”라고 털어놨다. 시황담당자들도 거의 매일 펼쳐지는 무기력한 시장 상황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자산운용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당신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지금 주식을 갖고 있다면 빨리 팔아라.” 아무리 좋은(이익전망이 밝은) 주식이라도 살 사람이 없으면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금이 그런 시기라는 것이다. 주식을 보유하는 것 자체에 엄청난 리스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본부장은 “‘반등시 매도하라’는 조언은 투자자들을 오히려 헷갈리게 한다”고 말했다. 말은 그럴듯한데 실제로 주가가 오르면 팔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도결정을 내리면 눈 딱 감고 실행하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그래도 주가가 싼 주식이 많아졌다고 했더니 이들은 “지금은 주식을 살 타이밍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소한 1년 이상 묻어둘 요량이라면 모험을 한번 해볼 수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당분간 주식투자를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국내 경기 침체와 2·4분기(4∼6월) 이후 이익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산다’고 했다. 이익 증가 추세가 둔화하면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싸 보였던’ 주식도 한순간에 ‘그저 그런’ 주식 취급을 받게 된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이게 다 ‘외국인만 사고 한국 사람은 주식을 버린’ 결과다. 주식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안타깝기만 하다.
이강운 경제부 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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