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심현숙 고객상담실 팀장은 “태평양의 고객만족 경영은 하루에 500∼600통씩 걸려오는 고객 전화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곳에 전달된 소비자 불만이나 제언은 회사의 전 직원에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달된다. 상담실 직원은 고객의 말을 더하거나 뺄 권한이 없다.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소비자 불만은 해당 부서가 통보받아 바로 해결해야 한다. 디자인과 공장, 엔지니어링팀 등 관련 부서가 협업을 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책임자들이 모여 어깨를 맞대고 회의를 한다.
소비자 불만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회사 전 직원이 정보시스템을 통해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끌 수도 없다. 해결된 불만사항은 사내 지식정보시스템(KMS)에 저장돼 다른 팀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한다.
![]() |
소비자가 제기한 아이디어나 채워지지 않은 고객 욕구는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경영회의에서 다뤄진다. 소비자의 느낌이나 아이디어가 CEO에게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중간간부들도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서경배(徐慶培) 사장은 이런 시스템에 만족하지 않고 1주일에 한 번씩 영업 현장에 나가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CEO의 현장경영은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는 경영철학을 전 직원에게 확산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조직문화와 평가시스템도 고객만족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개발(R&D)과 공장 등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부서의 직원들도 실적 평가의 30%는 ‘고객 만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그 성과가 무엇인가’로 구성된다.
냄새가 나지 않는 머릿기름을 원하는 소비자 제안이 접수되자 연구개발 부서가 단 1명의 고객을 위해 신규 제품을 개발해 고객을 감동시킨 힘도 이런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부서간에도 서로 평가를 한다. 부서이기주의나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협업을 하지 않아 고객 만족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
태평양은 서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이름 끝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직책은 부르지 않는다. 지나치게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가 협업을 방해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임세진 마케팅과장은 “고객 만족 경영은 고객의 목소리를 모든 회사 업무의 출발점으로 삼는 조직문화를 창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 |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