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식품 사장 vs 경찰… ‘만두 진실게임’ 2라운드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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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불량 만두소를 제조해 5년 동안 유명 만두업체에 납품했다고 밝힌 으뜸식품 이모 사장(61·수배 중)이 “불량 만두소를 만들었다는 근거도 없고, TV방송 화면도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경찰이 ‘만두 파동’의 핵심으로 지목한 이 사장이 경찰 수사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불량 만두소를 둘러싼 경찰과 업체간의 ‘진실게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씨는 경찰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 날인 4월 20일 잠적해 도피생활을 해 왔으며 8월 초까지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씨는 최근 동아닷컴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단무지 생산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를 통무와 함께 만두소 제조에 사용했던 것”이라며 쓰레기 수준의 ‘폐기용 단무지’를 사용했다는 경찰의 수사내용을 비판했다. 그는 또 폐기처분될 단무지를 다른 업체에 납품했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라며 “공장에서 나온 단무지 자투리를 깨끗하게 포장해 냉동차로 운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단무지 탈염과정에 사용된 우물물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해 “공장 근처에 있는 우물물을 무 세척과정과 일부 탈염과정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것은 시인하지만 검사과정에서 물도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품검사에서도 적합한 것으로 나왔으며, TV화면에 나온 ‘쓰레기 단무지’는 우리 공장의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쓰레기 만두소를 만들었다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씨는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썩은 무 등이 포함된 단무지를 만두소 제조 과정에 사용했다는 자필 확인서까지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자투리 단무지와 이를 탈염·탈수하는 과정에 사용된 우물물, 만두소 등에서 인체에 유해한 세균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사 결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검찰과의 협의 과정에서 이씨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떳떳하다면 수사에 당당하게 임하라”고 반박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으뜸식품 사장 인터뷰▼

“방송화면 중 우물 모습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단무지 공장의 쓰레기를 찍어 내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절대 ‘쓰레기 만두소’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불량 만두소 제조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던 으뜸식품 이모 사장이 도피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우물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받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자투리 단무지 세척 및 일부 탈염과정에 사용한 것과 일부 중국산 무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 발표대로라면 5년 동안 국민에게 더러운 쓰레기를 먹여 왔다는 얘긴데 전부 거짓말이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건 경위는….

“단무지 세척 과정에서 ‘논 샘물’을 쓴 것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가벼운 죄라고 생각했으나 수사가 하루하루 진행되면서 과장됐다. 이후 경찰과 언론은 나를 ‘쓰레기 만두소’를 만든 죽일 놈으로 몰았다.”

―KBS, MBC 등 방송 화면에 나온 공장은 으뜸식품인가.

“아니다, 우리 공장은 하나도 없다. MBC에 ‘논 샘물’을 찍은 화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과 또다른 한 장면만 우리 공장이다. 나머지는 다른 단무지 공장의 쓰레기로 보이는데 마치 우리 공장인 것처럼 나왔다.”

다른 단무지 공장의 버려지는 단무지 폐기물을 찍은 화면을 이용해 마치 으뜸식품에서 이를 이용해 만두소를 만드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결백을 주장하는데 증거가 있나.

“물을 검사해도 안전한 것으로 나왔고 제품검사도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TV화면에 나온 쓰레기 단무지 관련 장소는 우리 공장이 아니다. 하나하나 비교해 보면 증명될 것이다.”

―불량 만두소에 들어간 단무지를 단순 자투리로 봐야 하는지, 쓰레기 수준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단무지 생산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둥글거나 길게 자르고 나면 자투리가 남는다. 이것을 버리면 폐기물이지만 사람이 먹으면 자투리다. 우리는 이것을 가져다 통무와 함께 갈아서 만두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을 쓰레기로 봐야 하나.”

―단무지 자투리 운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절대 아니다. 공장에서 나온 단무지 자투리를 깨끗하게 포장해 냉동차로 운반하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죄를 인정했다고 하던데….

“경찰은 ‘단무지 자투리’라는 내 말을 믿지 않고 무조건 폐기물이라고 조서를 꾸민 뒤 내게 인정하라고 했다. 버티다가 거래처 업체 사장들이 불려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경찰에게 부탁했다. 그때부터는 경찰 요구에 맞춰 조서를 꾸밀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경찰이 ‘중국산 무를 100% 사용했느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80%로 깎아줄 테니 시인하라’고 했다. 그래서 ‘아니다. 극소량이다’라고 버텼더니 나중에는 ‘50%로 깎아주겠다. 더 이상은 못 깎아주니 시인하라’고 흥정하듯 하더라. 대한민국 경찰 수준이 이거밖에 안 되는 것이냐.”

―도피 이유는….

“처음에는 단순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생각했던 내 죄가 나중에는 점점 확대돼 너무 겁났다. 무죄를 입증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쯤 자수할 생각인가.

“빨리 들어가서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내가 죄를 지은 부분에 대해서는 벌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조금 진정되면 들어가겠다. 시기는 며칠 내로 생각하고 있으며 아무리 늦어도 1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도망 다니면서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죽을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비젼푸드 신모 사장이 마지막까지 ‘오명을 벗겨 달라’고 절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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