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브라질=룰라 대통령은 월가 방문을 새로운 도약대로 삼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와 12명의 장관이 방문단에 대거 포함된 데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방미 기간 중 ‘세계시장과 만나는 브라질’이라는 주제의 세미나 등 네 차례의 행사를 열어 브라질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인프라 시설에 투자하면 수익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고,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강성 노조 지도자였던 그를 보는 월가의 시각이 쉽게 우호적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때문에 룰라 대통령은 자신이 시장주의자로 변신했다는 점을 해외 로드쇼에서 가장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등 돌린 자국민에 러브콜=룰라 대통령에게는 해외투자가 말고도 다른 타깃이 있다.
불안한 정세와 반 기업 정서 때문에 해외로 떠나 활동하는 자국민의 돈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것. 수십억달러로 추정되는 브라질 출신 해외 거주민의 자본을 국내로 되돌리면 경제 회생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
이를 위해 브라질 국영은행의 해외지점을 통해 쉽고도 안전하게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곧 가동할 계획이다.
![]() |
▽왜 경제인가=룰라 대통령은 구두닦이, 선반공 등을 거쳐 철강노조위원장으로 브라질을 뒤흔든 총파업의 선봉에 섰던 입지전적인 인물. 지난해 1월 대통령에 취임한 후 브라질 국민은 ‘잘사는 세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는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2%)으로 후퇴한 데다 실업률이 13%대까지 이르는 침체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경제위기는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달 400여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 주석과 만나는 등 ‘경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두 축인 양국의 경제협력을 공고히 해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계산이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