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아크로폴리스]<23>자유무역협정(FTA)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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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칠레 사이에 자유무역협정(FTA)이 4월 발효됐다. 일본, 싱가포르와도 FTA 협상이 진행 중이다. 칠레와의 FTA가 발효된 이후 1개월간 휴대전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0%가, 포도주 수입은 370%가 각각 늘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보면 FTA가 고무적인 일이지만, 값싼 농산물이 몰려온다는 점에서는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협정이다. 과연 FTA는 우리에게 득일까 실일까.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51)이 허주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제무역팀 연구원(32), 송경진씨(22·서울대 국어교육과 4년), 송홍석군(17·서울고 2년)과 함께 FTA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

● FTA란 무엇인가

▽안세영 교수=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즉 FTA는 말 그대로 두 나라가 시장을 활짝 개방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를 폐지한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각종 투자 장벽을 제거하고 서비스 시장이나 정부물품 조달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우리나라는 칠레와 FTA 발효일인 4월 1일 이후 자동차나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관세 없이 칠레에 수출할 수 있게 됐어요. 다른 품목은 앞으로 5년에서 15년 사이에 자유무역을 실시하게 되지요.

▽송홍석=세계무역을 관장하고 조정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굳이 나라별로 FTA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안 교수=사실 1995년 WTO가 출범할 때만 해도 모든 무역이 WTO라는 ‘우산’ 아래서 이뤄질 줄 알았죠. 그런데 WTO 체제에는 빈틈이 적지 않았어요. 우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나라마다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국제적 규범 창출이 지연되는 일이 생겼죠.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FTA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계기가 됐어요. 유럽과 북미가 하나의 ‘경제 블록’ 안에 묶이게 되자 다른 나라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FTA를 통해 ‘짝짓기’를 하게 된 거죠.

▽송경진=FTA를 하게 되면 서로 필요한 물건을 싸게 들여올 수 있는 거죠? 그런데 FTA의 효과 중에 외국의 직접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점도 포함돼 있던데요.

▽허주녕 연구원=그건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쉬워요. 94년 NAFTA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관세가 없어지니까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TV를 수출하면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관세를 물지 않는 멕시코에서 TV를 만들면 그만큼 싸고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멕시코로서는 자유무역을 통해 한국의 투자를 이끌어낸 셈이죠.

● FTA가 필요한 이유

▽송홍석=하지만 칠레와의 FTA에는 많은 농민들이 반대했잖아요. 농민이 반대하는 FTA를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안 교수=농산물국인 칠레가 한국에 유리한 제품, 예를 들어 자동차에 관해서만 FTA를 맺자고 할 리는 없지요. 국제협상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해요.

▽허 연구원=실제로 농산물 개방을 했지만 농민의 반대가 심했던 사과와 배는 FTA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어요. 포도의 경우는 계절에 따라 다른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반대로 칠레가 생산하는 공산품인 세탁기와 냉장고는 우리가 양보했어요. FTA의 근본 취지는 국가 상호간 ‘전체의 이익’을 꾀하자는 데 있어요.

농업이 FTA 체결에 발목을 잡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건 한국 농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문제지요. 정부는 왜 FTA를 해야 하는가를 국민과 국회에 올바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 칠레와의 FTA 비준 과정에서는 그런 점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대비해서는 국가가 119조원을 농업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 한국과 FTA

▽안 교수=이번엔 제가 학생들에게 물어보지요. 한국은 칠레와 FTA를 체결했고, 일본 싱가포르와 협상 중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나라들과 FTA를 맺어야 할까요?

▽송경진=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어떨까요?

▽안 교수=브릭스도 물론 포함됩니다. 이들 나라는 한창 경제성장기에 있어요. 인도는 서남아시아, 브라질은 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겠지요. 우선적으로는 유럽, 북미,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유럽과 미국 경제권은 큰 시장인 만큼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ASEAN은 최근 중국과 일본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역이지요.

▽허 연구원=한국이 FTA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FTA이기 때문이죠. 국제적인 대세를 거스르면 경제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주도권을 놓칠 수 있어요.

▽송경진=FTA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결국 그 여파로 농업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네요. FTA를 위기로 생각하지 말고 기회로 활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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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무역협정 이해를 돕는 책

▽한국의 FTA 전략(박번순 전영재 김현진 이수희 최세균 지음·삼성경제연구소)=세계 경제에서 FTA가 붐을 이루는 이유를 설명하고 한국이 추진해야 할 FTA 전략을 제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다자간 무역협상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왜 FTA를 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한국과 칠레,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 등의 FTA 추진 과정이 소개돼 있다.

▽이제는 FTA, 자유무역의 시대다(정인교 지음·대외경제정책연구원)=FTA가 붐을 이루는 추세에서 한국이 어떤 나라와 FTA를 체결해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한중일 FTA의 추진 당위성과 선행과제(정인교 지음·대외경제정책연구원)=국제통상환경이 변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제관계를 분석했다. 이들 3개국이 FTA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글로벌 협상 전략(안세영 지음·박영사)=국제협상에서 필요한 전략과 주의할 점 등을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구체적 협상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따른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한국과 칠레의 FTA 협상 과정도 다뤘다. 저자는 오랜 기간 산업자원부 등에서 국제통상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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