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소공동 옛 미도파백화점 자리에 ‘롯데 영플라자’를 열었습니다.
저렴한 브랜드들을 모아 명동의 젊은 고객들을 유인하자는 의도였죠. 하지만 젊은이들은 명동에서 지하도만 건너면 되는데도 좀처럼 길을 건너지 않았습니다. ‘영플라자’의 캐주얼브랜드는 명동의 수많은 의류 상가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데 굳이 지하도를 건널 필요가 없다는 거죠.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초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최근 지하에 ‘푸드코트’도 열었고 연말엔 ‘명품관’이 문을 열기 때문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대문 P쇼핑몰은 1996년 문을 연 대형 패션몰입니다. 그 뒤 밀리오레 두타 헬로apm 등이 경쟁적으로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큰길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결국 이 쇼핑몰은 다른 건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게 되었고 손님들도 큰길 뒤편까지 좁은 길을 돌아가는 걸 귀찮아했습니다. P쇼핑몰은 그 후 수입의류 점포 등을 새로 열고 손님 끌기에 나섰습니다.
지방 상권에서도 ‘길 하나’ 때문에 울고 웃는 업체는 많습니다. 대구 최대 상권인 동성로 번화가에서 지하도 하나만 건너면 되는 밀리오레 대구점은 처음엔 주변 상인들의 경계 대상 1호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심 상권 손님들이 ‘길을 건너오지 않아’ 주변 상권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곳 관계자들은 밀리오레 대구점 앞 큰길에 횡단보도 하나만 생겨도 장사가 훨씬 잘 될 것이라고들 합니다.
이들 업체엔 길 하나가 바다만큼 넓어 보일지 모릅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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