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처 주도권 다툼…125억 중복투자했다

  • 입력 2004년 6월 25일 18시 19분


관련 부처들의 업무 주도권 다툼 때문에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온라인 게임 엔진 기술 개발 사업 등 정보기술(IT) 분야 사업에 125억원이 중복 투자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밝혀졌다.

또 관련 부처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이미 특허로 등록돼 있는 기술까지도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주먹구구식의 R&D 투자로 예산낭비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IT 등 첨단기술 산업 관련 시책 추진 실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의 담당 국장 및 과장, 사무관 9명에 대한 징계 처분 등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정부 부처의 R&D 투자 부실을 문제 삼아 관련 공무원을 징계토록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 정창영 1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03년 3월 산자부와 정통부가 DMB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따로 발주하는 바람에 중복 투자로 83억원의 예산을 낭비할 뻔했다”며 “두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문화관광부와 정통부는 온라인 게임 엔진 개발 사업을 따로 추진하면서 문화부에 54억원의 중복 투자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이 중 12억원만 투자토록 하고 나머지 42억원은 ‘게임 콘텐츠 창작 지원 기술 개발’ 등 다른 사업으로 돌리도록 조치했다. 또 감사원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정부의 중장기 R&D 계획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부처간에 임의로 투자하는 바람에 중복 투자한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

실제로 정통부와 보건복지부는 범정부 차원의 ‘정보통신 기술 개발 5개년 계획’(1999년 10월)과 ‘바이오 보건산업 육성 계획’(2001년 4월)을 중복 투자 여부도 검토하지 않은 채 부처 자체적으로 확정해 시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산업자원부의 공통 핵심 기술 개발 사업 38개 과제 가운데 18개(47%)가 연구 착수 이전에 이미 동일 내용의 특허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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