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빌린 돈 이자도 갚지 못한 기업이 2679개사에 이르고 이 가운데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는 ‘잠재부실 기업’이 572개사나 된다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효과가 일부 대기업에 한정됐음을 의미한다.
KDI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른 초저금리 상황에서 이자비용도 벌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기업체질 개선하지 못한 기업구조조정=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은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과제로 부각됐다. 차입에 의존하는 대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방식과 수익성 악화가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
이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의 부실자산을 처분하고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KDI가 자산이 70억원을 넘는 약 1만개의 외부감사대상 기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수익성은 외환위기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98년 0.95배에서 2003년 3.6배로 개선됐다.
그러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영업이익÷총자산)은 2002∼2003년 평균 5.9%로 외환위기 이전인 95∼97년 평균 5.4%에 비해 약간 나아진 정도였다.
결국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은 부채축소와 저금리 덕분에 이자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며 영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가경제에 부담 주는 부실징후 기업들=더욱 큰 문제는 재무건전성이 좋아진 것도 일부 기업에 국한된 것이며 여전히 부실위험이 높은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거래소 상장기업 가운데 KDI가 분석한 내수 기업(394개) 중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은 17.5%(69개)에 이르렀으며 수출기업(153개)도 28.1%(43개)나 됐다.
2003년을 포함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부실징후기업’ 역시 수출기업이 11개, 내수기업이 22개였다.
▽기업구조조정은 ‘진행형’=KDI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부문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이 완결된 상태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순수하게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는 사업성 측면의 성과는 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것.
김준경(金俊經) KDI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의 산업발전단계상 국제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져야 할 고(高)기술 기업군(群)에서 부실징후 기업이 다른 기업군에 비해 더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실징후 기업들은 경제의 효율성을 위해 신속히 도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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