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 하락장서 더 빛난다

  • 입력 2004년 6월 29일 17시 40분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하던 올해 4월 정액적립식펀드에 가입한 이모씨(회사원·서울 용산구). 매달 50만원씩을 넣고 있는데 4월 말을 고점으로 해서 주가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29일 현재 펀드수익률은 ―10%. 하지만 이씨는 “요즘 같은 때 돈을 좀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자유적립식펀드에 가입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게 돼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적립식 펀드의 수익은 그 만큼 더 커진다.

한국 주가는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빠졌다가 이후 1년6개월 정도 상승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올 초 뜨겁게 달아올랐던 ‘적립식 펀드’의 인기가 증시 하락장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4월 말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 판매액의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랜드마크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적립식펀드 수탁액이 1월 초 373억원에서 △2월 초 596억원 △3월 초 905억원 △4월 초 1294억원 △5월 초 1500억원 △6월 초 1962억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또 이달 들어서도 28일까지 2300억원으로 300억원 이상 늘어났다.

KB자산운용도 1월 초 394억원에서 매달 60억∼90억원 이상씩 증가하면서 28일 현재 877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특징적인 것은 주가 하락폭이 클 때마다 적립식펀드 가입액이 눈에 띄게 급증한다는 점. 최홍 랜드마크투신 사장은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날 적립액이 평소의 3배 이상 늘어나는 일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같은 금액을 투자할 때 주가가 쌀 때 더 많은 주식을 사서 평균 매입가격을 낮추는 ‘적립식 펀드’의 특성 때문이다. 즉 주가가 떨어질 때 싼 값에 많이 샀다가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적립식펀드는 가입한 다음 주가가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빠졌다가 이후 1년6개월 정도 상승하는 ‘V자형’ 추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수익률을 많이 남길 수 있다”며 “최근 국내증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요즘이 적립식 펀드 가입 최적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주영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적립식펀드는 3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여유자금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형 상품이 아닌 만큼 주식 움직임에 따라 중도 해지할 경우 원금을 까먹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또 “주가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가 주가 움직임에 따라 적립액 규모를 정하는 자유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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