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황재성/실망스러운 증권업계 위기대책

  • 입력 2004년 6월 2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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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경제부는 6월 21∼23일 3회에 걸쳐 ‘위기의 증권산업’ 시리즈를 보도했다. 주가가 4월 23일 이후 최근까지 2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면서 증권사 직원의 사기가 최악이라는 사정이 시리즈 게재의 계기가 됐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증권업계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영업직원들이 보너스는커녕 100여만원에 불과한 기본급만 챙겨가는 곳도 있었고 한 대형 증권사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 직원의 얘기도 접할 수 있었다.

기사를 봤다는 한 증권사의 입사 4년차 영업직 직원은 취재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는 게 대부분의 선배들 얘기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아직 미혼인데 장가는 어떻게 갈지 모르겠다. 진로 문제도 고민이다.”

증권사 최고경영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 증권사 최고경영진은 “현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국내 증권사의 절반 정도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이들은 위기의 원인으로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증권사가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전문화하지 못한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빈번한 거래와 불법거래로 얼룩진 증권사 직원들의 행태도 거론했다.

이 같은 진단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가 보여주는 대응방안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일부 증권사는 직원들에게 수수료 수입 할당량을 정해 주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퇴직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불안한 미래를 보상받으려는 듯 작전세력과 결탁한 증권사 직원 얘기도 끊이질 않고 들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국에서 증권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문제는 증권산업의 몰락은 한국 경제의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직접금융시장은 경제성장의 핵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각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노력해 주길 기대해 본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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