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전문기업 밀란인터내쇼날 하응수 사장(42). 그는 북극에서 냉장고를 판 상인으로 통한다. 가발이 남자의 전유물이란 상식을 깨고 고가(高價)의 가발을 여성에게 팔기 시작했기 때문.
하 사장은 “우리나라 여성 2명 중 1명은 가발을 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잠재 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뜻. “가발이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는 도구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패션소품으로 생각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용 가발은 개당 가격이 100만∼150만원. 어깨까지 내려가는 긴 머리는 200만원이 넘는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머리카락을 이어 붙여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성용 가발을 팔기 시작한 작년 10월부터 매달 400명씩 새로운 여성 손님이 점포를 찾는다고.
“아직 남자 가발 수요엔 못 미쳐요. 그래도 2년에 한 번씩 닳고 색이 변할 때마다 새로 교체해야 하는 가발 특성상 월 매출은 점점 늘 겁니다.”
여성용 가발 판매가 처음부터 순조롭진 않았다. 올해 들어 치장용 가발에 주력하면서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는 게 하 사장의 설명. 그는 “가발로 머리숱을 많게 하면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하 사장은 “처음엔 50대 여성 연예인 등이 많았지만 지금은 머리에 볼륨을 주고 싶은 30대부터 70대까지 고객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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