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는 또 지금보다 두께를 10∼15cm 줄인 ‘슬림형 브라운관’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양사가 참여한 브라운관(CRT)연구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CRT연구회 회장인 삼성SDI 변창련 상무는 “평판 디스플레이에 비해 둔탁한 느낌을 주는 브라운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이른바 ‘협업적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경쟁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강자에 대응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손을 맞잡는 것.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독식하기에는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해 그만큼 위험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소니가 7세대 액정화면 생산을 위해 합작사 ‘S-LCD’를 설립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은 새 시장 개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에는 LG전자가 한때 가전업계 경쟁자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와 미래 유망사업인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일렉트로룩스는 최근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서비스법인인 대우전자서비스와 제휴를 맺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가전분야 절대강자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터 운영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IBM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손을 잡고 ‘리눅스’ 운영체제를 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문지원 수석연구원은 “상대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퇴출시키려던 경쟁 중심의 시대에서 협업적 경쟁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승자가 ‘단수’인 시대는 가고 ‘복수’인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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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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