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편중된 성장구조로 경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전체적인 경기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30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5월 산업생산지수(126.7)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3.5%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반도체(254.0)를 제외하면 5.7%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반도체는 무려 67.9%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생산자 출하지수(126.7)도 작년 5월보다 11.0% 증가했지만 반도체(232.9)를 빼면 4.8%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5월 중 제조업 가동률도 전년 동월 대비 5.1%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역시 반도체 부문의 높은 증가율(24.4%)에 힘입은 바 컸다.
이에 발맞춰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다시 1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5월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5월 반도체 수출금액은 작년 5월에 비해 69.6% 늘어난 23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208억40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5월의 9.5%에 비해 1.8%포인트 오른 11.3%에 달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산업의 주력품목으로 떠오른 반도체는 1994∼95년, 1999∼2000년 수출비중이 15%에 육박하는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킨 바 있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만 의존하는 경기흐름은 한국경제의 변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설비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홍춘욱(洪椿旭)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반도체 등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세가 하반기에 미국 금리인상, 중국 긴축 경제 등으로 둔화될 수 있다”며 “반도체로 인한 착시현상은 경기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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