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에 긴장된 얼굴로 업무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호 한미은행 용산지점장은 “고객들이 은행의 신용을 이야기하면 등골이 오싹하다”면서 “한 사람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들인 공을 생각하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고객 이탈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한미은행에서 이탈한 우량 고객을 잡기 위해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한미은행 고객 빼내기 경쟁은 ‘호수에서 헤엄치는 오리’와 같다”면서 “겉으론 조용하지만 물속에서는 활발하게 ‘발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이 은행에 남기는 손실은 비단 예금 인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신한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5일간 파업에 들어간 조흥은행은 파업기간 중에 6조원이라는 돈이 흘러나갔다.
하지만 조흥은행이 입은 손실은 6조원에 그치지 않았다. 파업기간 영업을 하지 못한 데 따른 영업 손실과 고객이탈, 신뢰도 상실, 은행의 이미지 훼손이라는 유무형의 손실은 엄청나다는 게 조흥은행의 분석이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박사는 “은행 파업은 입출금이 빈번하지 않은 개인 고객에게는 큰 영향이 없지만 기업 고객에게는 다른 문제”라면서 “금전 손실은 심각한 신뢰 저하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李載演) 박사는 “은행 고객은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한번 신뢰를 잃으면 영영 되찾기 힘들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한미은행이나 인수자인 씨티그룹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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