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업 부메랑’…고객 줄줄이 떠나

  • 입력 2004년 6월 30일 17시 47분


30일 파업 중인 한미은행 서울 용산지점. 고객들의 발길은 크게 줄어들고 노조원들은 자리를 비운 가운데 계약직원들과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창구를 지키고 있다. 신원건기자
30일 파업 중인 한미은행 서울 용산지점. 고객들의 발길은 크게 줄어들고 노조원들은 자리를 비운 가운데 계약직원들과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창구를 지키고 있다. 신원건기자
《“은행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하지만 공공성도 있는 것 아닌가요.노사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이처럼 손님의 불편을 외면하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30일 오후 파업 중인 한미은행 용산지점을 찾은 중년고객의 말이다. 이날 용산지점을 찾은 고객들은 은행원의 상냥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긴급 투입된 임시직원들이 익숙하지 않은 업무

탓에 긴장된 얼굴로 업무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호 한미은행 용산지점장은 “고객들이 은행의 신용을 이야기하면 등골이 오싹하다”면서 “한 사람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들인 공을 생각하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고객 이탈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한미은행에서 이탈한 우량 고객을 잡기 위해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한미은행 고객 빼내기 경쟁은 ‘호수에서 헤엄치는 오리’와 같다”면서 “겉으론 조용하지만 물속에서는 활발하게 ‘발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이 은행에 남기는 손실은 비단 예금 인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신한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5일간 파업에 들어간 조흥은행은 파업기간 중에 6조원이라는 돈이 흘러나갔다.

하지만 조흥은행이 입은 손실은 6조원에 그치지 않았다. 파업기간 영업을 하지 못한 데 따른 영업 손실과 고객이탈, 신뢰도 상실, 은행의 이미지 훼손이라는 유무형의 손실은 엄청나다는 게 조흥은행의 분석이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박사는 “은행 파업은 입출금이 빈번하지 않은 개인 고객에게는 큰 영향이 없지만 기업 고객에게는 다른 문제”라면서 “금전 손실은 심각한 신뢰 저하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李載演) 박사는 “은행 고객은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한번 신뢰를 잃으면 영영 되찾기 힘들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한미은행이나 인수자인 씨티그룹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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