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출범은 구씨와 허씨간에 3대에 걸쳐 57년 동안 이어져 온 동업관계가 청산됨을 의미한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2일 이사회를 열어 최고 경영진으로 허창수 LG건설 회장(56)과 서경석 전 LG투자증권 사장(57)을 각각 대표이사 회장과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GS홀딩스는 5개의 자회사를 가진 LG칼텍스정유와 LG유통, LG홈쇼핑, GS스포츠 등 모두 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다. LG건설은 내년 중 구씨와 허씨 가문의 지분정리가 끝나면 계열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자산총액이 16조원인 GS그룹은 재계 7위가 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그룹의 총매출은 18조5000억원, 종업원 수는 1만2000명이다.
LG그룹은 작년 말 구자홍 회장이 이끄는 LG전선, E1(옛 LG칼텍스가스) 등 LG전선그룹 12개사가 분리된 데 이어 이번에 GS그룹이 분리됨에 따라 33개 계열사(자산 45조6000억원)를 둔 그룹으로 축소됐다.
▽57년 동업관계 청산=재계에서는 두 가문의 동업관계가 3대째 이어지면서 지분을 가진 양가 사람이 100명을 넘는 등 지배구조가 너무 복잡해져 자연스럽게 분리 과정을 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두 가문의 동업관계는 한국 기업사(史)에서 가장 성공한 파트너 관계로 평가받고 있다. 형제간에도 지분 정리과정에서 다투는 것이 다반사였던 한국 기업사에서 두 가문은 57년간 잡음 없이 동업관계를 유지했고 이번 분리작업도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인화(人和)의 비결에 대해 두 그룹 관계자들은 “두 집안 모두 유교적 교육의 영향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지키는 가풍이고, 65(구씨) 대 35(허씨)라는 양가의 지분이 엄격하게 지켜졌으며 ‘구씨는 경영을, 허씨는 안살림을 맡는다’는 역할 분담도 잘 지켜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GS그룹의 미래=GS그룹은 허씨 가문의 좌장인 LG건설 허 회장이 그룹 회장을 겸직하지만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허 회장은 LG상사 도쿄지사 상무, LG전선 부회장을 거쳐 2002년부터 LG건설을 맡고 있다.
자회사 경영진의 변동은 없으며 GS홀딩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50여명의 허씨 중 경영진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허 회장과 허 회장의 사촌형인 LG칼텍스정유 허동수 회장(61), 막내삼촌인 LG유통 허승조 사장(54) 등 3명이다.
LG칼텍스정유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기업이미지 변신을 추진 중이어서 LG라는 브랜드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GS 계열사들이 통일된 기업 명칭이나 브랜드를 쓸지는 미지수다.
그룹 명칭은 LG의 옛 브랜드인 ‘Gold Star’나 좋은 서비스(Good Service), 좋은 만족(Good Satisfaction)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그룹측은 설명했다. GS홀딩스와 자회사들은 20일경 허 회장이 집무실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LG칼텍스정유가 있는 서울 LG강남타워로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로 옮길 예정이다.
GS홀딩스 김성규 상무는 “에너지와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GS그룹은 당분간 조직정비에 역점을 둘 것”이라며 “계열사간 시너지효과가 발휘되는 신규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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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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