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내수침체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의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4.0% 감소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상승률=통계청이 1일 발표한 ‘6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로 지난해 10월(3.7%)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달인 5월과는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물가가 비교적 크게 오른 것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0.3% 급등하고 닭고기(35.8%)와 돼지고기(27.3%) 등 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 품목들로만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5월보다는 0.1% 하락했지만 지난해 6월과 비교해 4.9%나 올라 작년 3월(5.5%)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기준 시점인 지난해 6월의 경우 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시점이어서 올해 6월의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7월부터 경유와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하반기에는 교통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이 잇달아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민층이 느끼는 물가압박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했던 3.5%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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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경기회복=내수 회복이 늦어지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2개월 연속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기업실사지수(BSI)는 78로 5월의 80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2월 77 △3월 81 △4월 87로 계속 상승했으나 5월에 80으로 하락한 후 두 달 연속 떨어졌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부진하다고 느끼는 업체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업황 BSI는 87에서 82로 떨어져 중소기업(77→76)보다 하락폭이 컸으며 수출기업(87→85)과 내수기업(78→75) 모두 체감경기가 악화됐다.
다음달 경기를 전망한 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7월에 78로 역시 두 달 연속 하락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 닫으면서 백화점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상반기 매출이 롯데백화점은 3.1%, 현대백화점은 3.6%, 신세계백화점은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지원 JP모건 이사는 “한국은 올해 5.2% 성장하겠지만 소비증가율은 1%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처럼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계속 오르자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엄밀한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봤을 때 내수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상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반기에 물가상승 압력은 커지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는 분명하며 체감경기와 실제경기와의 괴리가 커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저성장 고물가’ 상태를 말한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 때 이 같은 경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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