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 이동형 싸이월드 사업본부 본부장(39·상무)은 요즘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린아다.
2001년부터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현재 회원이 800만명에 이른다.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운영하거나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를 보는 행위를 뜻하는 이른바 ‘싸이질’, 싸이월드 중독자를 의미하는 ‘싸이홀릭’이라는 인터넷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
최근 인터넷 사이트 조사업체인 메트릭스에 따르면 싸이월드 네이트 등 4개 포털을 운영하는 네이트닷컴이 다음 야후코리아 네이버를 제치고 주간 페이지뷰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업계의 공룡 ‘다음’ 을 물리친 일대 사건이 벌어진 것.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인 사람이라고 해서 이 본부장을 기술에만 집착하는 엔지니어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관심은 ‘인터넷’보다는 ‘사람과 관계’에 집중돼 있다. 보는 책도 주로 사회학자가 쓴 공동체에 관한 책이나 심리학 관련 책이다.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서울의 신촌, 명동, 강남에 가서 젊은이들이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관찰할 것을 주문한다.
인터넷 비즈니스라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 세계의 욕구를 인터넷이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자신은 물론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본부장의 이런 태도는 삼성 이건희 회장을 닮았다.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이나 간부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안에 대해서도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본인이 종사하는 업종의 본질’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싸이월드의 성공 비결도 그는 간단하게 설명한다.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사귈 때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앨범도 보여주고 선물도 교환하면서 수많은 메시지를 나눈다. 또 다른 친구들도 사귀고 싶어 한다.
싸이월드는 이런 욕구가 인터넷에서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미니홈피’라는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것.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삶이 피곤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이름 자체가 유목민을 연상시키는 이동형이어서 그런지 변화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 시절까지 미술부에서 활동했고 경북대에서는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싸이월드를 창업했다. 지난해 8월에는 싸이월드를 SK커뮤니케이션즈에 팔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런 변화에 개의치 않고 싸이월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일본과 미국에서 펼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일본 네티즌의 성향이 한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싸이월드의 성공 경험을 일본에 바로 접목할 수 있고 좋은 관계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는 동일하기 때문에 미국 진출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꿈을 묻자 머뭇거리지 않고 “네티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싸이월드를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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