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출 증가율이 낮아져도 총액 자체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상반기에 워낙 수출 실적이 좋아 하반기의 부진이 올해 전체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수출 증가율 한자리수로 둔화 가능성=수출 증가율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작년 하반기 수출 실적이 워낙 좋았던데 따른 '기술적 반락' 때문. 지난해 7, 8월 수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10~15%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9월부터 급등해 12월에는 31.3%까지 뛰어 올랐다.
이 때문에 '전년 동기(同期) 대비'로 집계하는 수출 증가율이 올해 하반기에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38%에 달했던 수출 증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조절 정책도 수출 둔화를 전망케 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조치는 자국 내수를 위축시켜 현지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
미국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달 말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게 돼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서도 3·4분기(7~9월) 수출경기실사지수(EBSI)가 123.8로 2·4분기(4~6월)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E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을 것으로, 100 미만이면 나쁠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성장률 하락 논란=수출 둔화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5%대 경제 성장률을 더 떨어뜨릴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국적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은 곧 정점에 이르게 되고 이는 곧 가계 수입 감소와 일자리 창출 둔화를 의미한다"며 올해 성장률을 당초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은 5.1%로 낮췄다.
대신증권 권혁부(權赫夫) 연구원도 "수출 증가율 둔화에 따른 성장률 저하를 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보전해줘야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행 조사총괄과 장민(張珉) 차장은 "내수가 최소한 작년 수준만 유지되더라도 5% 이상 성장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수출 증가율이 줄어든다고 해도 수출액 자체는 올해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작년에 내수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동기(同期)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는 것.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李成權)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바로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의 경기 조절 정책도 오래가지는 못할 전망"이라며 "수출 증가율 둔화가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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