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장사 12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면서 "올해 매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떨어졌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보다도 1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끊기면서 수입이 줄자 지난해 10여명이었던 종업원도 올해 6명으로 줄였다.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경제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 부동산, 학원, 음식점, 숙박업소 등 서민들의 체감(體感) 경기와 직결된 업종들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소비가 '곧'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는 달리 민간전문가 사이에는 하반기에도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당분간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회복될 줄 모르는 서비스업 경기=6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5월에 비해 0.4%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올 1월 2.7% 감소한 뒤 증가세로 반전했으나 △2월 2.7% △3월 2.5% △4월 0.1% 등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된데 이어 4개월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2002년말까지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던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하반기에 1%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미약하나마 증가세를 보이는 듯 하더니 4개월만에 또다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등 '빈사상태'에 빠진 업종들=서비스업 생산은 수출호황의 덕을 보고 있는 운수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업종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개월 연속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인 부동산 및 임대업(-11.6%)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의 부동산 중개시장 휴폐업이 속출하고 권리금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중개업소 괴담(怪談)'이 번지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전에는 그나마 한달에 1, 2건의 중개를 했지만,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이후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 요지의 경우 10평안팎 중개업소 권리금이 1억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5000만원선으로 떨어진 곳이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의 중개업자 조모씨(52)는 "서초 송파 강동구에서 매월 30~40개 업소가 자진 휴업하거나 폐업신고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중개업소 1곳이 없어지면 2개가 새로 생겼으나 지금은 신규 업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업종 외에도 유치원 학원 등 교육서비스업(-6.6%),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6.7%), 도소매업(-2.5%)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내수회복 가능성은 희박=더욱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는 5월 서비스업 동향에 대해 "5월에 대외악재가 겹치면서 각종 지표들이 나빠졌다"며 여전히 하반기에는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은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전망이고 정부의 연착륙대책이 건설경기 악화를 막기는 힘들어 보이며, 소비회복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고용사정도 오히려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인 뒤 곧바로 하락하는 '더블 딥(double dip)'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부쩍 늘고 있다.
김영준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와 체감경기 부진은 하반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내수부진→고용시장 개선 둔화→소득증가 둔화→소비 부진의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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