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식품업계]<1>만두업체 “위생 승부수”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19분


대파 세척공정. 통 높이를 달리해 낮은 통의 더러운 물이 높은 통으로 튀지 않도록 했다.
대파 세척공정. 통 높이를 달리해 낮은 통의 더러운 물이 높은 통으로 튀지 않도록 했다.
《‘불량 만두’ 파동이 일어난 지 1개월. 요즘 소비자들은 먹을거리를 살 때 일단 의심부터 한다. ‘못 먹을 재료를 쓰진 않았을까.’ 만두 때문에 촉발된 불안감이 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셈. 식품업체들은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원들에게 위생교육을 반복하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등 ‘청정(淸淨)’이 식품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공장 현장을 찾아가봤다.》

6일 오전 6시. 김춘희씨(46·여)는 새벽부터 출근을 서둔다.

김씨는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있는 ‘꼬마’라는 만두업체에 다닌다. 지난달 6일 ‘만두 파동’이 나고 열흘 뒤 회사는 휴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주문이 뚝 끊긴 탓.

회사측은 관공서 납품을 위해 이날 하루만 공장을 돌렸다.

돼지고기 선별공정. 직원 6명이 고기 안에 섞인 연골 등 이물질을 골라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4월 이 공장을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업체로 선정했다. 오염 예방장치가 마련된 업체라는 뜻.

정말 깨끗할까. 김씨의 작업과정을 쫓아 봤다.

▽사람 관리가 처음과 끝=공장에서 김씨가 처음 하는 일은 부직포로 만든 위생복 착용.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 가운을 입고 어깨까지 덮는 모자를 쓴다.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법한 복장이다. 이 회사 김대식 사장은 한술 더 뜬다. “노출 부위를 더 줄일 생각이에요.”

작업 직전엔 손톱 밑까지 씻고 말리고 알코올로 소독한다.

드디어 작업 개시. 첫 작업은 만두 주재료인 부추를 씻는 일. 김씨와 동료직원은 서로 맞닿은 세척용 통에서 부추를 세 번 씻는다. 낮은 통에서 먼저 씻고 높은 통에서 헹구는 식이다.

직원의 실수로 낮은 통의 물이 높은 통으로 튀었다. 작업 중지. 작업팀장의 호통이 이어지고 세척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김씨는 이어 이물질 선별작업에 투입된다. 여기서 김씨는 부추에 섞인 작은 돌, 머리카락 등 이물질을 골라낸다. 작업이 시작된 지 20여분. 재료 선별을 말없이 지켜보던 장병학 생산팀 부장이 갑자기 접착테이프가 감긴 롤러를 집어 들고 김씨의 등을 문지른다. 장 부장은 “위생복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재료에 섞이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두 성형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오염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만두 파동, 그 이후=새아침 꼬마 천일식품제조 한일후드 등 주요 만두제조업체가 지금까지 생산라인을 멈추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인데 대기업의 주문이 끊겼기 때문이다. 자체 브랜드를 가진 일부 회사가 공공기관에 만두를 팔기 위해 잠시 공장을 돌렸을 뿐이다.

김대식 사장은 “지난해 영업망 확충을 위해 수십억원을 투자한 업체 2, 3곳이 곧 부도가 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월 매출액은 크게 줄었다. 업체별 최근 한 달간 매출액은 만두 파동 전 매출액의 1% 안팎이다. 냉동식품업체인 새아침은 최근 한 달간 만두를 한 개도 못 팔았다. 이승훈 생산본부장은 “대기업 납품물량이다 보니 거리에서 직접 팔지도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만두협의회’(가칭)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만두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려는 것. 한일후드 우영규 공장장은 “관련 단체가 없다보니 많은 만두업체들이 자투리 단무지를 쓰지 않다는 걸 알리는 데도 무척 힘들었다”고 전했다.

▽신뢰회복까진 ‘먼 길’=업체별로 원재료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 후 달라진 모습이다.

경북 영천시 봉동에 있는 청아냉동식품은 만두 파동 후 원재료 검수과정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돼지고기 부추 양파 등 재료가 일단 정식 공정에 투입되면 불량 재료를 골라내기 힘들기 때문. 이 회사 기재곡 총무과장은 “종전 한 번만 하던 검수과정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충북 옥천군의 한일후드는 재료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관리에 힘쓴다.

최근 충남에서 돼지고기를 만두 제조업체에 납품하던 D양돈업체는 망할 뻔했다. 이 회사가 납품한 돼지 지방에서 목장갑 1개가 발견된 것. 소문이 퍼지자 제조업체들이 납품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D사 관계자는 “만두업체들이 평소보다 재료 상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산=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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