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LG카드가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절대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LG카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카드사의 경영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LG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3조6500억원의 출자전환 등 채권단의 지원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번 추가 지원 요구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카드의 경영 현황=LG카드의 올해 3월 말 현재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58%이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사가 조정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등 적기 시정조치를 취하지만 LG카드에 대해서는 일단 내년 4월까지 유예해줬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카드의 이용금액은 26조3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6조5000억원보다 61%나 급감했다.
카드업계 전체의 경영난도 LG카드의 경영정상화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도 2001년 3.7%, 2002년 0.5%, 2003년 ―14.8%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운용자산 한 단위당 이자순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일반은행의 ROA는 0.1∼0.8% 수준을 유지했고 미국의 카드사는 평균 1.9%대를 유지했다.
▽경영난의 원인=무엇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부진 때문이다.
연체자들의 상환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부실채권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들의 작년 말 현재 대손비용률은 18.8%로 2001년의 3.7%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대손비용률은 부실 채권에 대해 매년 추가로 쌓는 대손충당금 비율이다.
반면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상 등을 통해 얻은 순이자마진은 작년 말 현재 11.2%로 2001년에 비해 1.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운용자산 한 단위당 이자순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LG카드가 올해 영업이익만으로 정상 궤도에 오르기는 불가능하다”며 “내년에 경기가 본격 회복되고 추가 증자로 부실을 털어낸 후에야 영업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자기자본비율 :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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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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