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경기침체-소비부진에 ‘발목’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19분


산업은행이 LG카드 추가 증자의 필요성을 거론하자 채권금융기관들은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LG카드가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절대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LG카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카드사의 경영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LG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3조6500억원의 출자전환 등 채권단의 지원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번 추가 지원 요구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카드의 경영 현황=LG카드의 올해 3월 말 현재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58%이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사가 조정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등 적기 시정조치를 취하지만 LG카드에 대해서는 일단 내년 4월까지 유예해줬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카드의 이용금액은 26조3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66조5000억원보다 61%나 급감했다.

카드업계 전체의 경영난도 LG카드의 경영정상화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도 2001년 3.7%, 2002년 0.5%, 2003년 ―14.8%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로 운용자산 한 단위당 이자순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일반은행의 ROA는 0.1∼0.8% 수준을 유지했고 미국의 카드사는 평균 1.9%대를 유지했다.

▽경영난의 원인=무엇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부진 때문이다.

연체자들의 상환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부실채권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들의 작년 말 현재 대손비용률은 18.8%로 2001년의 3.7%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대손비용률은 부실 채권에 대해 매년 추가로 쌓는 대손충당금 비율이다.

반면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상 등을 통해 얻은 순이자마진은 작년 말 현재 11.2%로 2001년에 비해 1.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운용자산 한 단위당 이자순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LG카드가 올해 영업이익만으로 정상 궤도에 오르기는 불가능하다”며 “내년에 경기가 본격 회복되고 추가 증자로 부실을 털어낸 후에야 영업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자기자본비율 :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신용카드사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