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약진 “눈에 띄네”

  • 입력 2004년 7월 6일 19시 46분


외국계 제약회사가 국내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뛰어난 연구개발(R&D) 능력이 이들 회사의 무기다. 이들 회사는 개발한 신약을 앞세워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2002년 의약분업 이후 두드러진다. ‘비싸더라도 국제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이 급속하게 높아지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려 국민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진=제약산업 조사기관인 IMS헬스코리아에 따르면 2003년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상위 10개사 가운데 3개사가 외국계 제약회사다.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인 1999년에 모두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한국 제약회사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 질병 치료제를 사실상 독점 판매하기 때문. 한국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인 ‘노바스크’의 연간 매출액은 1300억원이나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제약회사의 건강보험 청구액은 5조2076억원. 이 가운데 29개 다국적 제약회사가 27.2%(1조4168억원)를 차지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건강보험 청구액 비중은 2000년 22.2%, 2001년 24.1%, 2002년 26.3%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가격 결정권을 누가 갖나=2002∼2003년 한국은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 파동에 휩싸였다. 당시 스위스계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막대한 R&D 비용과 세계 동일가격 정책을 내세워 글리벡 한 알 가격을 2만5000원으로 정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내세워 1만7862원을 제시했다. 가격 협상이 길어지면서 일부 병원은 글리벡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으나 2만3045원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리벡 사건을 놓고 볼 때 외국 제약회사가 한국시장을 장악하면 공급 독점권과 이에 따른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다국적 제약회사 관계자는 “환자에게 치료효과가 좋은 약을 공급한다면 외국회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보건산업진흥원 한병현 수석연구원은 “국내 제약사들은 그동안 돈을 벌어도 신약개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손쉬운 개량신약 개발에만 치중해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며 “지금이라도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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