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와 마쓰시타전기 등의 일본 기업이 특허권 보호를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3∼25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에서 세밀한 지적재산권 관련 협상안을 내놓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월 21일자 사설에서 ‘일본 마쓰시타전기가 TV 왕국의 부활을 선언했다. 비책(秘策)은 무엇보다도 지적재산권 보호 전략이다’고 전했다.
마쓰시타전기는 1000억엔(약 1조6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6월 초 일본의 대표적 PDP 제조업체인 후지쓰는 삼성SDI와 2개월간 끌어오던 특허권 분쟁을 종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이 협상과 관련해 “삼성이 대폭 양보하는 형태로 화해가 성립됐다”고 전했다.
후지쓰는 현재 LG전자와 특허권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성춘 부연구위원은 “반도체와 휴대전화에 이어 PDP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한국 기업에 대해 일본이 지적재산권 보호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가전 정보통신 등 많은 분야에서 이 같은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시장을 제패했던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추월당하고 휴대전화와 PDP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등 일본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최근 공동으로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기술부품 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일본기업과 특허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창조 보호 활용 등 지적재산 사이클 전체를 망라하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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