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마저 中으로? 하이닉스 中첨단공장 건설 검토

  • 입력 2004년 7월 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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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300mm 웨이퍼 공장을 중국에 지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의 하나인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6일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부문 매각 대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채권단에 들어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중국 공장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공장 이전 반대 의사를 사실상 철회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D램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달 28일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중국으로 많은 산업과 공장들이 몰려가고 있지만 반도체 분야만은 기술을 넘겨주면 안된다”고 밝혔다. 막강한 화교 자본과 풍부한 고급 인력을 보유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는 기술(특허)밖에 없다는 것.

▽대안이 없다=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이닉스가 D램 업체로 생존하려면 300mm 공장 신설이 필수인데 국내에서 지으려면 약 20억달러가 든다. 300mm 공정은 기존 200mm보다 2배 이상 생산성이 높다. 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설투자비를 감당할 수 없고 채권단도 지원할 의사가 없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ST마이크론과 합작해 중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5억달러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반도체 기술 확보에 나선 중국 정부가 10억달러를, ST마이크론이 5억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현물출자도 하기 때문에 실제 투자비는 2억∼3억달러로 예상된다. 또 세계 반도체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기술 유출을 피하는 유일한 대안은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방안인데 기술력이 앞선 삼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해서 얻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며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기술 유출 논쟁=하이닉스측은 “중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공정기술이 이전되는 것이지 핵심 기술인 신제품 설계 능력과 공정개발 능력까지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측은 “중국이 좋은 조건으로 하이닉스를 유치하는 것은 기술 확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며 “2006년경 D램이 공급과잉 상태가 돼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다시 악화할 경우 중국이 공장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휴대전화와 DVD에 이런 전략을 써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업체가 중국에 300mm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대만 정부는 막고 있다.

한편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아니더라도 중국이 대만이나 일본 업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하이닉스가 선수를 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기술개발밖에 없다=업계는 현재 10년 이상 벌어진 한중 반도체 기술 격차가 하이닉스 공장이 설립되면 곧 2∼3년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첨단기업을 유치하거나 아예 사 버리는 중국의 기술 확보 전략은 하나 둘 배워 따라잡던 한국에 비해 기술 습득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것. 윤 상무는 “하이닉스가 중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삼성전자는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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