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이 손대지 않았던 분야. 그러나 이들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자리잡으면서 대규모 자금력을 동원해 뒤늦게 진출을 모색하는 추세다.
바짝 긴장한 중견 인터넷 포털업체들은 새로운 콘텐츠 확보 등 기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모색에 분주하다.
▽대기업이 닷컴업계도 장악한다?=KT의 자회사인 KTH가 17일 오픈할 예정인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은 최근 스포츠 신문사 5군데와 매월 1억원에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는 현재 포털업계가 내는 콘텐츠 사용료 평균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파란닷컴은 2년간의 계약 기간동안 사실상 독점 형태로 연예, 스포츠 관련 기사를 제공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파란닷컴은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부담이 있는 만큼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의 계열사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유무선 통합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을 중심으로 인터넷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SK의 인터넷 사업은 특히 올해 초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를 인수한 뒤부터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싸이월드가 '도토리'라 불리는 일종의 사이버 화폐를 팔아 얻는 매출액은 하루에만 1억원 이상. 네이트닷컴은 최근 한 인터넷 순위조사 기관의 6월 마지막 주 페이지 뷰(page-view) 순위에서 다음을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CJ㈜는 4월 플래너스를 인수해 CJ인터넷으로 사명을 바꾼 뒤 검색 포털 '마이엠'과 게임포털 '넷마블'을 주축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중견 포털업체들=대기업들의 이런 공세에 중견 포털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조만간 스포츠 신문으로부터 콘텐츠 공급이 끊기게 돼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NHN은 주소록 자동관리 시스템 업체인 쿠쿠박스, 전자책 업체인 북토피아 투자 등을 통해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도 보험업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일본 진출에 나서며 맞대응을 준비 중이다. 네오위즈와 엠파스 같은 나머지 중소형 업체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 그러나 일부 업체는 경쟁심화로 한 때 인수합병(M&A)설이 나오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N의 채선주 팀장은 "일부 콘텐츠가 아닌 시스템과 서비스로 승부할 것"이라면서도 "대기업이 수백억원씩 자금을 쏟아부으면 당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인터넷 사업은 과거 코리아닷컴의 실패에서 보듯이 돈만 있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며 "그러나 고객 유치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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