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파워]‘브랜드-상품 궁합’ 디자인 전문업체 급성장

  • 입력 2004년 7월 12일 16시 31분


“디자인을 제대로 바꾸면 상품을 제조한 회사와 디자인 업체가 함께 살 길이 보입니다.”

기업이미지(CI)와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업체인 엑스포디자인 정석원 사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엑스포디자인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부터 98년 초반까지 6개월 동안 디자인 의뢰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당시 주문을 받은 뒤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던 영업 방식을 바꿔 주문을 받기 전에 이름을 바꾼 회사와 상품을 찾아내 CI와 브랜드를 먼저 개발했다.

정 사장은 “당시 우리가 개발한 디자인을 보여줬더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니 CI 디자인 변경 하나만으로 고속 성장을 한 기업이 나타나면서 주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브랜드 디자인 전문업체로 자리 잡은 엑스포디자인은 98년 하반기부터 전문 인력에 대한 집중 투자로 매년 평균 1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최근 상품과 브랜드 디자인을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디자인 전문업체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등록된 국내 디자인 회사는 1017개. 2년 전에 비해 디자인업체는 200개가 줄었으나 수익성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진흥원측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우수한 전문업체는 국내에 들어온 대형 외국회사와도 경쟁을 벌이는 한편 국산품의 수출에도 큰 역할을 한다.

세올디자인은 2001년 골프채 제조업체인 엔에스로부터 디자인 주문을 받고 골프채 헤드 부분을 바꾼 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혀 ‘카파스’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카파스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의 20개 매장에서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세올디자인 김경운 디자인팀장은 “디자인은 상품의 최종 완성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수십배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조업체에서 직접 주문을 받는 전문 디자인업체도 늘고 있다.

디자인모올은 위니아만도로부터 김치냉장고 ‘딤채’의 디자인을 의뢰받아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 히트상품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아이지엔도 웅진코웨이 정수기의 디자인을 맡아 전문업체의 입지를 굳혔다.

이 같은 약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디자인업체의 평균 연간 매출은 4억8000만원으로 영세할 뿐만 아니라 업체의 난립으로 과당 경쟁과 가격 덤핑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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