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파워]‘회사 키운’ 디자인…디자인 경영 확대

  • 입력 2004년 7월 12일 16시 34분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 ‘아이맥’.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 ‘아이맥’.

영국의 대표적인 항공업체 영국항공(BA)은 꼬리 날개에 운항 지역별로 다른 그래픽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전통 의상의 체크무늬를, 중국에서는 붓글씨체를, 남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 특유의 문양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는 비행기 꼬리 날개에 운항하는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그래픽을 사용해 해당 지역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 이 같은 고객친화형 그래픽 디자인과 인체공학적인 의자 디자인은 1990년대 후반 이후 BA를 글로벌 항공시장의 강자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디자인이 상품의 매출이나 기업의 이미지 및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 고려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디자인 경영의 적용 범위도 제품 중심에서 웹 디자인, 인테리어, 건물 등 경영 환경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소니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초대 최고경영자(CEO) 이부카 마사루는 ‘모방하지 않고 시장을 창조한다’는 이념으로 트랜지스터를 개발했고 이러한 정신은 이후 워크맨 CD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 등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이 회사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는 오감을 활용한 디자인 혁신으로 세계에 로봇 열풍을 불러왔다.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은 다 죽어가던 기업을 살리기도 한다.

1998년 애플이 내놓은 ‘누드 디자인’의 깜찍한 매킨토시 컴퓨터 아이맥이 대표적인 사례. 애플은 아이맥으로 제2의 성공 신화를 이루며 정보기술(IT) 분야의 명품 브랜드로 도약했다.

원두커피 열풍을 몰고 온 스타벅스의 경우 소비자의 감성을 공략하는 감성 디자인 전략으로 가치 창출에 성공한 케이스. 스타벅스는 커피의 질과 맛, 서비스는 물론 매장의 식기, 음악, 조명, 가구의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신경씀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소비자가 가정이나 직장에서 느끼지 못한 평온을 스타벅스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 커피의 역할을 단순한 음료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끌어올린 디자인 전략은 탁월한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디자인 콘셉트는 스포츠 스타의 성취감을 고객이 간접적으로 경험케 하는 데 있다. 스포츠 정신은 단순한 스타 만들기가 아니라 고도의 스포츠 테크놀로지를 통한 혁신이라는 것.

나이키는 이를 위해 제품 분야별로 70여명의 디자이너와 인체공학, 해부학, 생태학 분야의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디자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은 2∼3년. 운동화의 경우 시제품 개발에만 15만달러가 소요될 정도로 디자인 혁신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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