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까지 디자인한다=삼성전자는 6월 말 디자인 분야에서 경사를 맞았다.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가 주최하는 국제디자인공모전(IDEA 2004)에서 5개 제품이 상을 받아 최다 수상업체가 된 것. 이로써 5년간 19개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해 미 컴퓨터 제조업체인 애플과 함께 공동 1위(5년간 누계)에 올랐다.
이런 성과를 올린 주인공은 바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정국현 전무를 중심으로 400여명의 직원이 삼성전자의 제품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1996년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이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자 21세기 기업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디자인 우선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01년 최고경영자 직속 기관으로 격상된 디자인경영센터는 디자인 개발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나 사용자 습관까지 연구해 디자인에 반영한다.
컴퓨터가 켜지고 꺼질 때 나는 소리나 세탁기의 작동이 끝날 때 나는 소리도 모두 이곳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다. 일명 ‘이건희폰(모델명 T100)’으로 불리며 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린 휴대전화도 이곳에서 디자인했다.
▽디자인 부문에 ‘6시그마’ 도입=LG전자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우수산업디자인(Good Design) 상품전에서 7차례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1999년 제1회 산업디자인진흥대회에서는 ‘대한민국 디자인 경영대상’을 수상한 저력을 갖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프로젝션 TV와 에어컨 등 13개 제품이 독일 국제포럼디자인이 주관하는 ‘IF 디자인 어워드’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이런 실력은 감각적인 제품 디자인으로 연결돼 ‘휘센’ 에어컨과 ‘트롬’ 세탁기, ‘싸이언’ 휴대전화 등의 판매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근무 인력은 380여명. 제품별 전문화를 위해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정보통신 제품별 디자인 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미래 생활과 신상품의 제안을 담당하는 연구소도 운영 중이다.
1999년 ‘디지털 LG’를 선포하면서 LG전자는 디자인을 4대 핵심역량 중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인이 개발을 선도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LG전자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디자인 부문에도 품질관리 기법인 ‘식스(6) 시그마’를 도입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인 심재진 연구위원은 “디지털 시대의 디자인은 부가가치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좌우하는 ‘기업 경쟁의 중추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싼타페’로 미국 소비자 매혹=승용차의 편안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강인함을 함께 가진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싼타페’는 획기적인 디자인 덕택에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수출 차종이 됐다.
싼타페는 2001년 5월 오토 퍼시픽이 조사했을 때 미국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2개월 뒤 스트래티지 비전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미국 품질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양산 첫해인 2000년에는 우수산업디자인(GD) 대통령상과 한국 산업디자인 대상 등 국내 유수의 디자인대회에서 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3년 11월 14일 두 회사의 디자인연구소를 통합했다. 이에 따라 340여명의 디자이너가 한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통합을 계기로 500여억원을 들여 경기 화성시에 연건평 6000평 규모의 디자인연구소를 새로 건립했다.
디자인연구소는 최대 7대의 차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자연채광 시설이 갖춰진 품평회장과 가상현실 시스템을 이용해 실물 모델을 만들지 않고도 자동차를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해외 현지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일본에 있는 디자인연구소와 동시 품평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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