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생산의 시대’ ‘기술 정보의 시대’를 지나 ‘감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물질문명이 고도화하는 ‘하이테크’에서 인간의 감성이 중시되는 ‘하이 터치’ 시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공간 환경, 소재 역시 인간의 감성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소비자의 감성 공략을 위한 디자인과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색채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브랜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베네통이나 파스텔톤의 색채와 반투명 재질의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쓴 애플사의 아이맥은 대표적인 감성 디자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디자인의 역할이 ‘스타일(how it looks)’에서 ‘기능(how it used)’을 넘어 ‘감성(how it feels)’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사용자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디자인 개발에 적극이다.
그 결과 제품에 색채를 입히거나 고급스러운 첨단 재질의 느낌을 살린 소재를 사용한 디지털 가전,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 일부 품목의 디자인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다만 디자인의 궁극적인 차이를 결정짓는 소재 표면처리 색상 등 디자인 기초산업 분야의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우리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재 구입비나 표면처리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일본 등 선진국에 지불해야 하는 기술료(로열티)가 해마다 늘고 있다. 디자인과 관련된 국내의 영세한 소재 표면처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동일한 기술수준이라도 소재나 표면처리 기술, 색상이 얼마만큼 뒷받침해 주느냐에 따라 디자인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아직까지 우리가 중국을 앞서고 있는 것은 인간의 감성, 즉 오감(五感)에 호소하는 디자인 개발 능력이 중국보다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위를 지키기 위해 이제 디자인 개발의 핵심 분야인 관련 기초산업에 적극 투자할 때다.
김철호 한국디자인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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