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들은 중소기업들의 디자인 투자 대비 효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디자인 개선 등 제품 개발에 들어간 비용 대비 매출 증대 효과가 10개월 만에 무려 220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성공 디자인’ 선정은 산업자원부와 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 기술은 있지만 초기 제품 개발비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준 후 성과가 있는 기업을 선정하는 것으로 올해가 세 번째.》
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성공 디자인’ 제품으로 선정된 49개 업체는 디자인 개발에 제품당 2600만원을 투자해 10개월 동안 제품당 매출이 57억3000만원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성공 디자인’으로 선정된 46개 제품도 개당 2600만원을 디자인 개발비로 투자해 10개월간 매출이 제품당 15억7000만원가량 늘어 투자 대비 효과가 60배 이상이었다.
디자인진흥원 윤병문 개발지원팀장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효과가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며 “디자인으로 ‘대박’을 맞는 기업들은 많지 않지만 중소기업들도 디자인이 우수하면 시장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티타늄을 활용한 음이온 발생으로 산림욕 효과를 내는 ‘티타늄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인터퓨어. 이 업체는 책상에 올려놓거나(탁상용) 벽에 거는(벽걸이용) 용도로 모두 쓸 수 있게 하면서도 두께는 얇은 디자인으로 바꾸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능은 비슷하면서도 이 디자인을 바꾸기 전 월평균 매출이 7000만원에 불과했으나 바꾼 후에는 6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명함 정보를 간편하게 입력하는 ‘전자명함 수집 시스템’을 개발 생산하는 엑스넷. 이 업체도 전시장 등을 찾는 방문자가 지나가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월평균 매출이 1억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조합 온열 자극기’를 생산하는 조양의료기도 기존의 직사각형 형태를 벗어난 곡선 디자인 등으로 바꾼 후 월평균 매출이 2억6000만원에서 17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성공 디자인’과 굿 디자인(GD)을 모두 받은 가스파로의 ‘첼로 케이스’나 두 개의 발판을 봉으로 연결해 율동감을 높인 데코리의 ‘S보드’ 등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나오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이처럼 높은 ‘디자인 투자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 디자인’ 선정 업체들은 산자부와 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1000개 업체 중에서 가장 높은 투자 효과를 본 업체들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성공 디자인’이야말로 최근 내수 경기가 크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적은 비용의 디자인 투자만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 MP3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리버’의 신화는 대기업은 물론 특히 중소 중견 기업에도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부터 ‘아이리버’ 브랜드로 MP3플레이어를 생산해 온 레인콤은 시장에 진입한 지 3년 만인 2003년 1위를 차지했다.
레인콤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2002년 디자인 전문업체 ‘이노 디자인’과 협력해 ‘삼각기둥’ 모양 등을 한 참신한 디자인 제품을 내놓은 것이 국내시장 제패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레인콤 김동환 과장은 “MP3플레이어는 품질 디자인 애프터서비스 등 3가지가 모두 중요하지만 2, 3년 전만 해도 MP3플레이어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때여서 디자인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했고 아이리버는 고객들의 욕구와 감성에 맞는 디자인을 제때 개발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