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일하는 5만7000여 직원들에게 한 말은 ‘MS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뛰라’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종전처럼 활기차고 고속성장을 하는 MS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메일은 물론 칭찬으로 시작한다. “신제품이나 연구개발 결과로 보아 MS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떤 때보다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믿는다.
지난 12개월 동안 IBM, AOL 등 어떤 경쟁사보다 빠른 성장을 했다.” 그러나 내년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싹 달라진다. “중요한 이노베이션(기업혁신)에서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을까. 비용절감을 하느라 종업원을 해고하게 되거나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계속해서 성장하고 주가도 오를까.”
발머 CEO는 내년에 10억달러의 비용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56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라 자금 위기에 몰린 회사처럼. 1995년 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은 ‘인터넷 파도를 올라타지 못하면 MS는 뒤로 처지고 말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 뒤 MS는 성공했지만 올해 ‘24세’인 MS의 과제는 9년 전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성공한 MS’가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것이다.
MS는 돈을 잘 벌기도 했지만 종업원 1인당 인건비가 30만달러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주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도 높아가고 있다. 종업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투자자들을 자극하는 한편 업계의 향도 노릇을 할 만한 비전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연구개발(R&D)에 연간 40억달러 이상을 쓰고 있는 MS이지만 선도기업의 위치에 서지 못하고 있다.
첨단기술로 서치 부문에 재투자하고 있는 구글이나 디지털 뮤직에 투자하는 애플 등에 선두를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다. 발머 CEO는 이노베이션을 거듭 강조하면서 중년기업 증후군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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