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약정 달성 힘들어 예보에 목표 수정 요구하겠다”

  • 입력 2004년 7월 12일 17시 49분


황영기(黃永基·사진) 우리은행 행장은 12일 “예금보험공사(예보)와 체결한 경영정상화 약정(MOU)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 예보에 목표의 재조정을 요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예보는 은행 요구대로 MOU 목표를 수정해주면 은행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황 행장은 이날 오전 은행 월례조회 방송을 통해 “3월 합병한 우리카드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MOU의 2·4분기(4∼6월) 목표 중 자산수익률과 1인당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MOU가 경기침체와 중소기업연체, 카드부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맺어진 만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해 줄 것을 예보에 요청했으며 협의를 거쳐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는 공적자금에 대한 감독과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예보와 MOU를 맺도록 돼 있다. MOU를 맺은 금융회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자산수익률 △1인당 영업이익 △부실채권 비율 등의 경영목표를 설정해 달성여부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2001년부터 MOU를 맺어 올해 1·4분기(1∼3월)까지 목표를 달성했으나 우리카드 합병으로 2·4분기 목표달성에 차질이 빚어진 것.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카드와 합병으로 은행의 직원 수는 늘고 카드연체 등으로 영업이익은 줄었다”면서 “합병 이후인 3월 말에 취임한 황 행장 입장에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의 수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달라진 것은 인정하지만 MOU를 자주 수정해줄 경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정여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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