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보는 은행 요구대로 MOU 목표를 수정해주면 은행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황 행장은 이날 오전 은행 월례조회 방송을 통해 “3월 합병한 우리카드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MOU의 2·4분기(4∼6월) 목표 중 자산수익률과 1인당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MOU가 경기침체와 중소기업연체, 카드부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맺어진 만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해 줄 것을 예보에 요청했으며 협의를 거쳐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는 공적자금에 대한 감독과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예보와 MOU를 맺도록 돼 있다. MOU를 맺은 금융회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자산수익률 △1인당 영업이익 △부실채권 비율 등의 경영목표를 설정해 달성여부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2001년부터 MOU를 맺어 올해 1·4분기(1∼3월)까지 목표를 달성했으나 우리카드 합병으로 2·4분기 목표달성에 차질이 빚어진 것.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카드와 합병으로 은행의 직원 수는 늘고 카드연체 등으로 영업이익은 줄었다”면서 “합병 이후인 3월 말에 취임한 황 행장 입장에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의 수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달라진 것은 인정하지만 MOU를 자주 수정해줄 경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정여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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