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좋아도 내수침체’ 이유 있었네

  • 입력 2004년 7월 12일 17시 55분


우리나라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최근 10년간 18.1%나 감소해 ‘수출이 늘어도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 괴리현상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발표한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출이 1원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을 나타내는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지난해 0.582로 나타났다. 이는 최고였던 1993년의 0.711보다 18.1% 감소한 것이다.

이는 93년에는 1000원어치를 수출할 경우 국내총생산 증가분이 711원이었으나 작년에는 582원으로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수입 중간재 비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KDI는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하락한 것은 음식료품, 섬유 및 의복 등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높은 제품의 수출 비중이 줄고 반도체, 정보기술(IT)기기 등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은 상품의 수출비중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섬유 및 의복의 경우 부가가치유발계수가 1993년 0.687에서 2000년 0.68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수출구성비는 같은 기간 19.1%에서 9.7%로 줄었다.

반면 반도체는 부가가치유발계수가 1993년 0.598에서 2000년 0.497로 줄었으나 수출 구성비는 7.68%에서 12.0%로 뛰었다.

KDI는 이에 따라 ‘수출→부가가치 유발→내수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한국의 수출 구조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자본과 기술 중심의 상품 위주로 바뀌면서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가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경제부가 12일 내놓은 ‘수출과 내수 양극화 원인’ 자료에 따르면 자본집약적인 상품의 수출 비중이 높아져 수출 증대로 인한 고용 증대 효과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는 수출이 10억원 늘어날 때마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1990년 46.3명에서 1995년 25.8명, 2000년 15.7명 등으로 10년간 66.1% 줄었다고 밝혔다.

또 정보기술(IT)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수입의존도가 더 높아지면서 수출 증대 효과가 내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 전자기기의 경우 수출 비중은 1995년 27.6%에서 2000년 30.5%로 2.9%포인트 높아졌지만 수입의존도는 같은 기간 23.3%에서 32.4%로 9.1%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상품 수출이 국내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외화가득률은 1990년의 69.1%에서 2000년 63.3%로 크게 떨어졌다.

재경부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여력 감소와 노사관계 불안 등 투자 여건 변화도 내수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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