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융부’ 신설 권고…금융법령 제정-감독 일원화

  • 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55분


감사원이 카드사 특감 결과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한 ‘금융부’(가칭) 신설을 권고키로 함에 따라 금융부의 역할과 위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 관련 법령 제정 및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경우 업무 권한 축소에 따른 내부 저항이 예상되는 데다 금융감독원 역시 공무원 조직 전환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로 최종 성사까지는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구 통합론, 왜 다시 나왔나=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 부실 징후가 뚜렷이 노출된 시기는 2001년부터였지만 실제 카드사 현금대출 규제와 카드채 발행한도 제한의 여신전문업법 개정은 2002년 6월에야 성사됐다”면서 “이는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 등의 업무 비협조와 늑장대응 때문에 나타난 시스템 실패 탓이었다”고 말했다.

금융 관련 법령을 제정 개정하는 권한은 재경부가 갖고 있는 데 반해 금감위와 금감원은 업무 인허가 및 감독정책 수립과 집행으로 나뉘어 있어 카드대란이라는 비상상황에서도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99년 5월 재경부는 카드사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하는 등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성장’ 정책을 펴자 카드회사들이 길거리 모집에 나서면서 카드대란의 싹이 텄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에 금감원측은 이번 감사에서 “2001년 5월 재경부에 카드사의 길거리 모집 및 현금대출업무 비중을 축소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며 “이후 감독 규정 변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7월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에 부닥쳐 1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경부는 “법개정까지 하지 않고 감독당국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금융부 신설 추진 배경=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민간조직인데도 인허가권과 제재권을 갖고 있는 등 권한이 많이 쏠려 있다”면서 “금감위가 감독정책을 수행하고 금감원은 감독 업무를 집행하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는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감위가 업무를 금감원에 이양하는 바람에 일부 정책업무까지도 금감원이 맡고 있어 위헌 소지마저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신설되는 금융부에 재경부 금융정책국 일부 기능과 금감위, 금감원 3개 감독기관의 업무를 모아 공무원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부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금감위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회의처럼 확대 개편하고 금감위원장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금감위원에 민간위원을 다수 배치하고 현재 민간인 비상임위원을 상임위원으로 전환하는 안도 권고키로 했다.

그 대신 재경부는 공적자금 운영과 외환관리, 통화신용정책 등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 위주의 업무에만 전념하라는 것이다.

한편 금융부 직원은 다른 부처와 인사 교류를 막아 전문성을 높이고 민간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최종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에=감사원 방안은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에서 심의되고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감사원이 8개월 동안 카드사 특감을 진행하면서 감독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이 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개편방안은 정부의 최종안은 아니지만 청와대와 감사원 및 재경부 금감위 등의 협의를 거쳐 상당부분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내의 분석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금융감독원의 규제 추진 실패 사례▼

△2000년 8월=카드사 임직원 제재근거 마련 요청,재정경제부 미반영

△2001년 7월=현금대출 비중 규제, 재경부와 규제개혁위원 회의 반대로 무산

△2001년 7월=길거리 모집 금지, 규개위 반대로 무산

△2001년 12월=카드 발급기준 강화, 규개위 심의시 크게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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