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우선협상자에 각각 한투→동원, 대투→PCA 선정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09분


재정경제부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동원금융지주와 PCA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예비협상대상자로 한투증권은 칼라일, 대투증권은 하나은행을 각각 선정했다.

재경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와 앞으로 45일간 본 계약을 위한 후속협상을 벌여 가격 등 구체적인 매각조건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의 매각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두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150%가 되도록 3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에는 총 10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동원금융지주와 PCA가 각각 써낸 최종인수가는 55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 구조조정의 완결=한투와 대투는 옛 현투증권(현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함께 시장불신의 빌미를 제공한 대표적인 투신사. 1999년 8월 대우채 사태 이후 ‘고객자산 인출 중단조치’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전체 투신시장에 등을 지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올해 2월 푸르덴셜에 현투증권의 지분 80%를 넘긴 데 이어 이번에 한투와 대투의 매각을 위한 ‘9분 능선’을 넘어서면서 정부주도의 ‘투신 구조조정’은 사실상 끝을 맺게 됐다. 실추된 시장 신뢰회복은 이제 투신사의 자율적인 노력에 맡겨졌다.

최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한투와 대투의 매각은 ‘부실의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 신회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용 순자본비율 :증권사가 영업활동에 수반하는 각종 재무적 위험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영업용 순자본(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총 위험액(증권사의 각종 리스크를 수치화한 것)으로 나눠 구한다. 증권사의 유동성과 변제능력을 나타낸다. 감독당국은 150%에 미달하는 증권사에 대해 경영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증권-투신업계 ‘빅뱅’ 불가피

▽증권·투신업계 지각변동 예고=한투와 대투의 매각이 이뤄지면 동원금융지주와 PCA는 각각 증권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업계 ‘빅3’ 대열에 진입,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던 증권·투신업계에 일대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동원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동원증권과 동원투신운용은 한투 인수를 계기로 중하위권에서 선두권으로 올라설 전망. 동원증권은 약정점유율 기준으로 4월 말 현재 4.48%로 업계 8위, 동원투신운용은 6월 말 현재 수탁액 기준으로 업계 13위이다. 하지만 한투 인수가 이뤄지면 동원증권은 약정점유율 기준으로 3위(6.83%), 동원투신운용은 20조여원의 수탁액을 보유하면서 업계 2위로 급부상한다.

PCA도 업계 1위인 대투(수탁액 18조1880억원)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자산운용시장 점유율이 업계 20위 수준에서 일약 1위로 도약한다. 올해 하반기 피델리티가 가세하면 외국계의 국내 자산운용시장 점유율도 50%를 넘어서게 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한투와 대투의 매각으로 새로운 증권 투신업계 리더그룹이 형성되면서 그동안 미진했던 국내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기업금융(IB)과 자산운용, 펀드판매에서 우위를 점하는 리딩 증권사의 출현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PCA와 동원금융지주는 어떤 회사=PCA는 1848년에 설립된 영국계 프루덴셜(UK Prudential)그룹의 아시아 지역 자회사로 생명보험 및 자산운용 전문회사다. 영국 프루덴셜그룹은 전 세계에서 생명보험과 연금, 뮤추얼펀드, 자산관리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전문 그룹으로 현재 2500억달러(약 315조원)가량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 2월 현투증권을 인수한 미국계 ‘푸르덴셜 금융그룹’과는 별개의 회사다. PCA는 2002년 영풍생명과 굿모닝투신운용을 인수하면서 국내 생명 및 자산운용업계에 진출했다.

동원금융지주는 동원증권 동원창업투자 동원상호저축은행 등을 자(子)회사로, 동원투신운용 동원증권 뉴욕·런던 현지법인, 동원캐피탈 등을 손자회사로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다. 동원산업에서 분할된 뒤 지난해 5월 금융지주회사 설립 인가를 받아 본격 출범됐다. 3월 말 현재 자산은 1조1217억원에 이른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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