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글로벌 코리아]<10>지방거주자 겹고통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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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인 미국인 K씨(33·여)는 충남의 작은 도시에 있는 한 대학에서 3년간 영어강사를 하다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서울로 올라왔다.

“관공서 은행 병원 등 어디에도 간단한 영어 안내문조차 없어요. 게다가 거주 외국인이 많지 않은 지방도시여서 그런지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힐끔대기 일쑤고요. 처음에는 외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요.”

노르웨이인 존 스톨빅(22·학생)은 “여행차 경남지역에 갔었는데 어떤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는지 정보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외국인을 위한 문화시설도 없어 매우 불편했다”고 꼬집었다.

전남의 중소도시에서 일하는 미국인 마크 치(33·영어교사)는 “지방에서는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접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서울만 벗어나면 티베트나 동티모르 같은 ‘오지’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도시에 비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데다 외국인을 위한 배려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

외국인들은 지방 생활의 문제점으로 하나같이 △언어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 △외국인을 위한 시설 부재 등을 꼽았다.

부산시는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이후 6개월마다 한 차례씩 거주 외국인을 초청해 불만사항을 듣는 ‘부산 거주 외국인대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대표회의의 회장 리처드 오거스틴 신부(48·부산 가톨릭신학교)는 “부산은 한국의 ‘제2의 도시’인데도 외국인들이 거주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언어소통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모든 곳에서 서울에 비해 영어 표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죠. 또 자녀와 함께 한국에 거주하는 경우 지방에는 외국인학교가 드물기 때문에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부산시의 이 같은 노력은 지방도시 가운데 그나마 나은 편.

전북 전주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국인 전용 불편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불편사항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데다 홍보 부족으로 신고센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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