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체납액이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9974억원(관세 제외)으로 급증하는 등 세금을 못 낼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기업과 개인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 체납액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조1799억원으로 전년보다 27.5% 급증했다가 벤처 열풍이 불던 2000년에 5.1% 감소(전년 대비)한 뒤 2001년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다 올해 들어서도 세금 징수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있어 국가 재정을 지탱하는 세수(稅收)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금 체납액 왜 늘었나=경기침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 도산과 신용불량자 증가 등으로 세금 납부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
특히 체납자의 주소지를 못 찾거나 재산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세무당국이 징수를 포기한 결손처분 금액은 지난해 7조909억원으로 전체 체납액의 44.3%에 이른다. 전년보다도 8827억원 늘었다.
반면 체납자의 부동산 등을 압류해 현금으로 받은 금액이 4조5192억원으로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이명래(李明來)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은 “체납액이 늘어난 것은 세수 규모가 2002년 106조9808억원에서 지난해 118조6079억원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체납액 가운데 결손처분과 현금 징수 등으로 털어낸 금액을 제외한 미정리 금액은 3조원 미만”이라고 말했다.
▽재정은 괜찮을까?=정부는 지난달 15일 경기침체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인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또 수도 이전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에 들어가는 돈의 원천인 세수는 올해 들어서도 신통치 않아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6월 국세청이 거둬들인 국세(관세 제외)는 53조1663억원으로 연간 예산(113조7647억원)의 46.7%에 그친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세수진도비율(세수 목표액 대비 징수액)인 49.7%보다는 3%포인트 낮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합재정수지를 바탕으로 추정한 총국세수입 실적도 마찬가지다. 올 1∼4월 총국세수입(관세 포함)은 43조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조206억원)보다 0.3% 감소했다.
국세청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보낸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내수 회복 등 경제 여건 변화가 세수 목표 달성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히는 등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형 국책사업은 타당성 점검을 해야=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대한 사업성을 철저히 재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가로 재정 규모를 확대하기보다는 기존에 확보된 재원을 충실히 집행할 수 있도록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
서강대 경제학부 김경환(金京煥) 교수는 “경기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세수 증대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재정 지출이 제한된 상황이므로 큰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대해 기대 효과나 사업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도 14일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추가적인 재정 규모 확대보다 가능한 한 기존에 확보된 재원을 충실히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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