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정책 담당 공무원 징계대상서 모두 빠져

감사원 카드특감은 무려 8개월에 걸친 특감 결과치고는 알맹이가 별로 없는 용두사미(龍頭蛇尾) 감사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생활과 나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카드대란이 부실 카드 정책 때문이라는 원인은 규명했지만 징계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 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징계형평성’ 논란=부실 카드 정책에 대한 책임을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 금감원 등 기관 전체에 물었다.

여신전문업법 시행령 개정 권한이 있는 재경부는 카드대란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한 2001년보다 1년반이나 늦은 2002년 6월에야 늑장 조치하는 바람에 카드 부실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카드 현금대출과 카드사의 자금조달원인 카드채 발행한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일찌감치 나왔어야 하는데도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의 업무 비협조로 정책 실패를 자초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감독권한이 애매하게 분산돼 있다는 이유로 이들 3곳에 딱 부러지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기관 주의’라는 두루뭉술한 조치를 내놓는 데 그쳤다.

특히 인적징계는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에서 줄곧 카드감독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부원장 한 명을 징계하고, 그것도 인사 통보하는 차원에 그쳤다.

당시 카드정책을 맡았던 재경부와 금감위 공무원에 대해선 실제 감독정책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대상에서 모두 제외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감독체계 개편도 장기과제로 미뤄=현행 금융감독시스템이 당분간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위 금감원 3곳을 한데 묶어 단일 정부부처로 만들고 금융 관련 법령 제정 개정 권한과 감독정책 수립 및 감독집행을 한 부처에서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혁신위원회가 이 방안에 미온적이고 금감원 노조의 반발과 공무원 증원 문제 등 걸림돌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유령주식’ 유통을 제때 막지 못했던 금감원 국장과 증권거래소 부장에 대해 징계조치를 요구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을 잘못한 금감원 실무자 등 5, 6명에 대해 문책조치를 통보키로 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