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휴양지 별장 같은 이곳은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NIL(Net Intelligence Lab)팀이 근무하는 사무실. 다음의 본사 제주 이전 프로젝트에 따라 1차로 제주도에 발을 디딘 직원 16명이 매일 출퇴근하는 일터다.
점심식사는 잔디가 펼쳐진 앞마당 테이블에서 피크닉 파티처럼 진행됐다. 연구원 김민석씨(32)는 "네티즌들의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하는 작업은 서울이나 제주도나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이 곳에서 집중도가 높아져 개인적 성과도가 110%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음이 회사의 제주 이전 계획을 발표한 지 넉 달째. 한창 성장가도를 걷고 있는 회사가 한국의 중심지인 서울을 떠나 외딴 섬으로 이사 가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실험이다. 업계는 그 안착 여부와 성공 가능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다음은 현재 '즐거운 실험'이라고 이름 붙인 제주 이전 프로젝트의 2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1차 테스트 과정에서 내려온 기존의 NIL팀에 이번주 2차로 내려온 38명의 미디어다음팀이 가세했다.
다음은 1, 2차 테스트가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내년 중에 추가로 100명을 내려보내는 3차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 세 번의 실험을 거친 결과를 토대로 본사 전체의 제주 이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회사측은 이를 위해 5월 이주 프로젝트를 전담할 미래전략본부를 발족시켰고 이달 15일에는 제주지점 오픈 행사와 함께 '즐거운 실험'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제주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곳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본거지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거대 미디어그룹인 베텔스만 본사가 인구 2만명의 작은 도시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막상 해 보니…=제주 이전의 1차 테스트는 성공적이라는 내부 평가를 받는다. 제주 근무 직원 16명을 대상으로 100일 근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가 "근무환경이 나아졌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답변했다. 주거환경에 대해서도 67%가 '서울보다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물리적인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한 회사측의 지원은 전폭적이다. 직원과 그 가족들은 1만원만 내면 국내선 왕복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20평대 원룸형 아파트는 회사가 무료로 임대해 주고 집을 따로 살 경우는 4%대 저리로 대출을 해준다. 자동차 등 운송수단도 일부 제공됐다.
반면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인적네트워크 관리의 어려움, 문화 및 편의시설의 부족, 아직은 원활하지 못한 서울 본사와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등이 지적됐다. 미디어다음팀의 이동미씨(30)는 "결혼 후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걱정해 제주도 이사를 망설이는 직원도 상당수"라고 긔띔했다.
이전 프로젝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경달 미래전략본부장은 "막상 해보니 왜 기업들이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옮기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할 정도. 5년간 법인세 100% 감면 등의 혜택도 이전 규모 등을 따져 일일이 계산하면 25% 정도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밖에 여러 혜택들도 유명무실해진 상태여서 현실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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