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4.3%에서 3.8%로 낮췄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 가운데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예측한 곳은 모건스탠리가 처음이다.
이에 앞서 씨티그룹은 내년 전망치를 6.0%→4.5%, 다국적 증권사인 CSFB는 5.7%→4.2%, HSBC는 5.7%→4.3%로 대폭 낮췄다.
한국은행도 올해 4·4분기(10∼12월)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는 데 이어 내년에는 연간 평균으로도 4%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가 최근 국내 10개 주요 경제연구소 소장(또는 원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4.5%로 집계됐다.
내년 성장률이 4%대에 그칠 경우 2003년 3.1%, 2004년 5.2%(한국은행 추정치)에 이어 3년 연속 5%대 중반 이하의 저성장에 머물게 된다.
비관론의 근거는 무엇보다 올해 한국경제를 끌어온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데다 외부 여건도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말 수출 경기가 좋았던 데 따른 기술적 반락(反落)으로 올해 4·4분기 수출 증가율이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내년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기가 한풀 꺾이고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가 현실화한다는 점도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의 가격 하락도 수출 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반도체 가격은 현물 기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3.5% 떨어졌고 삼성전자는 유럽 수출용 17인치 LCD모니터 패널 가격을 20%가량 낮췄다. 최근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는 유가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으로 꼽힌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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