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피플]월마트코리아의 문경희-문성희씨 자매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00분


월마트코리아의 쌍둥이 자매 문경희(왼쪽), 성희씨. 서로를 ‘최고의 친구’라고 부르는 이들은 집에서도 바이어와 매장 관리자로서 업무에 대해 조언하고 고민을 함께 나눈다. 권주훈기자
월마트코리아의 쌍둥이 자매 문경희(왼쪽), 성희씨. 서로를 ‘최고의 친구’라고 부르는 이들은 집에서도 바이어와 매장 관리자로서 업무에 대해 조언하고 고민을 함께 나눈다. 권주훈기자
“시장조사가 취미입니다. 둘이 함께 휴일에도 경쟁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소비자들이 무엇을 찾는지 우리 매장은 무엇이 부족한지 살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일란성 쌍둥이인 문경희씨와 성희씨(31)는 월마트코리아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직원들이다.

두 자매 가운데 경희씨가 3분 일찍 태어나 언니다. 쌍둥이로, 그것도 100% 유전자형이 같다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자매가 직장까지 같은 것.

경희씨는 지난해 잡화 담당 바이어로 일하며 매출을 전년 대비 23.5%나 끌어올려 ‘2003년 최우수 바이어’로 뽑혔다. 지난해 의류팀 전체 신장률은 ―2.04%였다. 올 3월 속옷 담당으로 옮긴 뒤에는 전년보다 매출을 40%나 끌어올렸다.

월마트 강남점 부점장인 성희씨는 최근 월마트 미국 본사의 국제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ILDP)의 한국지역 대표로 뽑혔다. 8월 미국으로 떠나 1년 동안 연수를 받는다. ILDP는 세계 월마트 150여만명의 직원 가운데 30여명만 뽑아 매장 운영과 리더십을 집중 교육하는 프로그램.

1998년 부산 동아대를 나란히 졸업한 자매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경희씨는 콜로라도 주립대 대학원에서 의류 머천다이징(MD)을, 성희씨는 같은 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각각 공부했다.

“좀 더 넓은 곳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학비는 부모님 보조를 받았지만 생활비는 직접 벌기 위해 의류 판매직, 호텔 인턴 등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시장과 마케팅. 학생 때도 이틀에 한 번꼴로 월마트를 찾아 새로운 물건은 뭐가 나왔는지, 어떤 것이 잘 팔리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취미였다.

경희씨는 2000년 5월 졸업한 뒤 미국 월마트 부점장이 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호텔에 근무하던 성희씨도 2000년 12월 월마트에 합류했다.

“부점장은 비식품, 식품, 검품, 계산 등 각 분야를 돌아가면서 책임자 역할을 맡습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월마트의 유통 시스템에 대해 온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죠.”

한참 직장에 적응하고 영어에도 꽤 익숙해졌던 2002년 5월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9·11테러 이후 외국인의 취업 관련 규정이 무척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귀국한 뒤 일자리를 찾던 이들은 월마트코리아의 구인 광고를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8월 자매는 나란히 월마트코리아에 입사했다.

회사 이야기가 나오자 두 자매는 쉴 새 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언니 경희씨는 할인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이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바이어는 싼 값에 물건을 사들이면서도 납품업자들과 상생해야 합니다. 장사를 잘해 그들이 우리를 통해 더욱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한국에서는 월마트의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편. 그래서 납품업자들은 이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 할인점보다 신경을 덜 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희씨가 담당한 품목의 매출이 크게 오르자 납품업자들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성희씨는 현장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장을 자주 찾아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소비자에 대한 정보는 현장직원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서로의 하루를 얘기하며 업무에 대해 의논도 한다. 바이어로서, 매장관리자로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최고의 친구’이기도 하다.

쌍둥이 자매는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아직 결혼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꿈만 있다면 지방대 출신, 여자 등의 꼬리표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들은 유통업계 최고의 바이어와 관리자가 될 겁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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