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외국계 기업, 감동 마케팅 고객 곁으로

  • 입력 2004년 7월 19일 16시 57분


(맨위부터)올림푸스 한국의 애프터서비스 센터 일렉트로닉스코리아의 홈케어 서비스 소니코리아의 '베가 시어터 갤러리버스'
(맨위부터)올림푸스 한국의 애프터서비스 센터 일렉트로닉스코리아의 홈케어 서비스 소니코리아의 '베가 시어터 갤러리버스'
회사원 김상혁씨(33)는 최근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려다 실패했다. 인터넷 서비스회사(ISP)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시스템 문제인 것 같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퇴근 후 늦은 저녁 시간이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도 없었다.

혼자 끙끙대던 김씨의 화를 누그러뜨린 것은 김씨의 노트북 제조업체인 HP 직원의 친절. 김씨의 요청에 따라 다음날 집으로 찾아온 이 직원은 접속 장애를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자 회사의 다른 엔지니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는 등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김씨는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HP 직원이 여러 엔지니어의 도움으로 평소 속 썩이던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 줬다”면서 “과거 이 회사에 대해 가졌던 나쁜 기억을 모두 지우기로 했다”고 말했다.한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한 외국계 컴퓨터 및 가전업체들의 서비스가 날로 정성스러워지고 있다. 다양한 현지화 마케팅이 본격화되면서 업체간 경쟁도 뜨겁다.

▽‘한국 고객의 입맛에 맞춰라’=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의 역할이 종전의 판매 관리에서 제품과 서비스 기획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 첫 번째 이유.

업계 관계자는 “새 제품을 출시할 때 한국이 소비자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한국지사의 역할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고 제품 주기가 빠르다는 것.

이들은 우선 제품 판매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온 애프터서비스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최근 대우전자서비스와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했다. 고객들이 한정된 자사(自社)의 서비스센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대우전자서비스의 서비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홈 케어센터(02-567-1282)로 전화하면 대우전자서비스센터로 연결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캐리어코리아는 에어컨과 자판기 등의 전국 서비스 센터 353곳의 직원들에게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나눠줬다. 직원들은 이동 중에도 PDA를 통해 서비스 접수와 처리 보고, 자재 주문, 고객서비스 이력정보 조회 등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한국인만을 위해 에어컨 디자인을 연구하는 ‘한국형 에어컨 전담 디자인팀’을 따로 구성했다. 이 팀이 개발한 것은 한국형 스탠드 에어컨. 외국에서는 사무실이나 업소용으로 사용되는 스탠드형이 한국에서만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보고 낸 아이디어다.

소니코리아 역시 365일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한 ‘원스톱 솔루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그림이 전면을 덮은 대형 홍보용 버스는 소니코리아가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내세운 또 다른 고객밀착 프로그램. ‘베가 시어터(WEGA Theater) 갤러리 버스’라고 불리는 이 버스 안에는 소니의 대표적인 제품군과 홈시어터 체험관 등이 마련돼 있다. 소니코리아는 주요 간선도로 등을 달리는 이 버스를 통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이다.

▽‘지갑보다 마음을 먼저 열어라’=당장의 구매와 연결되지 않는 각종 캠페인 활동도 눈에 띈다.

올림푸스한국은 자사의 디지털카메라 체험센터 ‘올림푸스 존’을 방문한 고객에게 1주일 동안 디지털카메라를 무료로 빌려준다. 애프터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를 받는 동안에도 다른 카메라를 공짜로 쓰게 해준다.

전문 강사의 디지털카메라 사용 교육 프로그램도 호응이 좋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1일 출사(出寫)여행은 주5일 근무제로 고객의 여가가 늘어난 점에 착안한 야외행사. 1차 여행은 4월 부산에서 진행됐고 8월에는 서해안 낙조를 촬영 대상으로 삼아 출사를 준비 중이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웰빙(wellbeing) 트렌드에 맞춰 환경과 공기, 건강에 신경을 쓰자는 ‘헬시(healthy) 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아줌마닷컴(www.azoomma.com)과 같은 주부 포털사이트와 함께 건강 세미나를 열었다.

다양한 사회봉사와 기여 활동도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활용된다.

JVC코리아는 최근 디지털캠코더와 미니오디오 등 8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한국복지재단에 기증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1일 지역 주민의 정보화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UP(Unlimited Potential) 조인식을 정보문화진흥원과 가졌다. 첫 해 40억원을 시작으로 3년 동안 100억원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달 60세 이상의 노인과 손자, 손녀가 한 팀을 이뤄 출전하는 ‘2004 노소동감(老少同感) 정보기술(IT) 경진대회’ 역시 한국MS가 마련한 것. 노인 정보화와 인터넷을 통한 세대간 통합의 마당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 밖에 샤프전자는 대학생들에게 해외문화 경험의 기회를 주는 ‘샤프 리얼딕 세계문화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4개국에 대학생 30명을 보낼 계획이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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