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국내영업 강화하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 입력 2004년 7월 19일 16시 57분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1921년부터 생산해 온 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1982년 세계 최초로 원호를 그리며 오르내리는 ‘스파이어럴’ 에스컬레이터를 개발했다. 일본 츠쿠바시 크레오쇼핑센터에 설치된 ‘스파이어럴’ 에스컬레이터. 오른쪽 위는 1993년 세계 최고 속도(1분당 750m)의 미쓰비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기네스북에 오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아래는 이 회사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진제공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1921년부터 생산해 온 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1982년 세계 최초로 원호를 그리며 오르내리는 ‘스파이어럴’ 에스컬레이터를 개발했다. 일본 츠쿠바시 크레오쇼핑센터에 설치된 ‘스파이어럴’ 에스컬레이터. 오른쪽 위는 1993년 세계 최고 속도(1분당 750m)의 미쓰비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기네스북에 오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아래는 이 회사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사진제공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모던한 라인과 높이 솟은 마천루가 주는 세련된 느낌. 당신은 새로 들어선 한 건물의 웅장함에 감탄하며 정말 멋진 빌딩이네라고 읊조린다. 시원스럽게 늘어선 통유리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의외로 오는 속도가 느리다. 윙∼ 하는 불안한 소리가 난다. 사람은 많은데 생각보다 엘리베이터 내부가 좁고 답답하다. 몇 분 전까지 마음 속에서 치솟던 건물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각적인 요소가 좌우하는 건물의 첫인상을 사용자의 느낌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설비를 하나 꼽으라면 엘리베이터다.

실제 건물 사용의 첫 단계인데다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은 물론 방문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업무용 건물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들도 초고층화되면서 엘리베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고장이라도 나면 많게는 수백층을 헉헉거리면서 걸어다녀야 하는 불편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종종 사용자의 빗발치는 항의 대상이 된다.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엘리베이터는 보통 한 번 설치하면 10년 이상을 써야 하는 장기 설비에 속한다. 따라서 건설업체나 건축설계 사무소들은 엘리베이터 선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의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영업활동은 이 시점에서 한 번 들여다볼 만하다. 이 회사는 국내 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의 오랜 인연=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1921년부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68개국에 현지 법인 및 지사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생산대수는 45만대.

82년 세계 최초로 스파이어럴(커브형)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고 95년에는 동기전동기(PM 모터)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93년에는 일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에 분속 750m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는 2000년 10월 미쓰비시전기의 한국지점에 승강기 사업부를 설치하면서 정식으로 발을 디뎠다. 2002년 2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출범했다.

그 이전에는 68년 영진전기를 시작으로 83년 금성기전, 99년 LG산전 등과 합자 및 기술제휴를 통해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그러나 이후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이 미국의 오티스에 매각되면서 미쓰비시 브랜드로 새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지난해 국내에서의 판매 실적은 2000대 정도로 국내 4위 수준. 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서울 조선호텔(1969년) 하얏트호텔(78년) 신라호텔(79년) 소공동 롯데호텔(85년) 63빌딩(85년) LG트윈타워(87년) 등에 설치됐다. 2001년 이후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사옥, 경기 분당 로얄팰리스 등에도 설치됐다.

▽“한 발 앞서가는 기술로 승부하겠다”=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한국을 국제적인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이런 목표에 따라 인천 서구 가좌동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일본 디자인연구소와 한국 디자인팀이 1년6개월간에 걸쳐 개발한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의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시스템인 미쓰비시 인포메이션 센터(MIC)는 이 회사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기술. 시스템 구축비용만 수십억원이 넘게 든다.

이는 365일 24시간 내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제어 및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그 점검내용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 놓으면 고장을 예측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재 서울 여의도 트럼프월드 2차,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등 이미 시공이 완료된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82년 VVVF 인터버 제어, 95년 동기전동기 등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MRL(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엘레네사(Elenessa) 엘리베이터를 선보였다.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니이즈마 게이타로 사장 인터뷰▼

“한국에서는 건물주나 이용객이나 모두 엘리베이터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최근에는 한국이 세계 엘리베이터의 유행을 앞서가는 추세지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니이즈마 게이타로(新妻敬太郞) 사장은 한국 소비자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취향이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화면을 통해 뉴스 및 각종 생활정보를 볼 수 있는 전자 장치도 한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엘리베이터의 첨단화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세계 엘리베이터 수요의 약 70%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엘리베이터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은 한창 도시들이 개발되면서 사무실용 고층 빌딩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신도시 개발 붐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주택용 엘리베이터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대수는 연간 약 2000대. 그러나 회사측은 생산 규모를 확대해 2007년 연간 5000∼5500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시장 점유율 2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협력업체들을 꾸준히 육성할 방침입니다. 현재 한국 내에는 모두 48개의 협력업체가 있으며 직원 수는 1300명입니다. 독자적인 생산 거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 이들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 물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니이즈마 사장은 한국에 오기 전 한국은 노조가 강성이고 인건비가 비싸 사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일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또 근로자들의 기술력이 좋아 한국이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의 자랑으로 엘리베이터 첨단 유지관리 시스템인 ‘미쓰비시 인포메이션 센터(MIC)’를 꼽았다.

“엘리베이터의 운행 상태나 부품의 마모 정도를 24시간 점검해 고장에 대한 예측까지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지요. 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어떤 회사보다도 이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공대 출신인 니이즈마 사장은 1971년 미쓰비시전기에 입사해 아시아지역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2002년 2월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출범에 맞춰 한국에 부임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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