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그동안 몇 차례 ‘무역전쟁’을 벌였던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합작)가 이제는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항공기 제작업계의 두 거인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각각 상대방 국가들로부터 항공기 부품을 조달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면서 무역 분쟁을 벌일 빌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
과거 두 회사는 서로 상대방 회사가 해당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등 불공정 무역 행위를 하고 있다”는 등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특히 항공기 제작 산업이 수십만 개에 이르는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등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두 회사는 미국과 유럽간 무역 분쟁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련 부품이나 제품을 국적에 관계없이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회사로부터 조달하는 ‘글로벌 소싱’이 일반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로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굿리치, 허니웰, 로크웰 콜린스, 이튼 등은 보잉뿐만 아니라 에어버스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에어버스와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영국 GKN 등 유럽계 회사들도 보잉과 새로운 거래관계를 트고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에어버스는 미국 항공기 부품 업체들과 연간 50억달러(약 5조75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하고 있다. 에어버스로 인한 미국 내 고용효과도 10만명에 이른다. 보잉도 영국 GKN 등 유럽계 회사들로부터 싸고 질 좋은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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