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政 정면충돌로 가나…LG정유 직권중재 결정

  • 입력 2004년 7월 19일 19시 16분


19일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LG칼텍스정유㈜ 공장의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노사 양측의 마찰로 67개 공정 가운데 52개 공정의 가동이 중단돼 가동률이 23%로 떨어졌다.-여수=연합
19일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LG칼텍스정유㈜ 공장의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노사 양측의 마찰로 67개 공정 가운데 52개 공정의 가동이 중단돼 가동률이 23%로 떨어졌다.-여수=연합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올 들어 처음으로 LG칼텍스정유(LG정유)에 대해 18일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정부가 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력 투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정유 노조는 19일 “사측이 성실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직권중재에만 의존하면 최악의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직권중재를 거부해 노사정간 정면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또 서울 등 4개 도시 지하철노사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시한이 19일로 끝나면서 “직권중재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의 하계투쟁이 직권중재를 둘러싸고 중대한 전환점에 서있다. 노동계가 ‘타협 없는 투쟁’으로 치달을 것인가, 아니면 ‘제도 내의 투쟁’을 벌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올 첫 직권중재=중노위는 14일 내린 ‘조건부 직권중재 회부 유보’ 결정을 LG정유 노조가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조건부 직권중재 회부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19일 0시까지 노사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기본 근무자들은 쟁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LG정유 노조가 교대근무자들을 쟁의에 투입하는 등 이를 위반했다는 것.

중노위는 올 들어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내몬다는 지적을 받아온 직권중재를 자제하고 최대한 노사의 자율교섭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지켜 왔다. 지난달 첫 총파업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에 대해서도 조건부 직권중재 회부를 통해 산별교섭 타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자 결국 직권중재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이에 따라 8월 2일까지 LG정유 노조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지하철노조 파업에도 영향=중노위의 이번 직권중재 결정은 21일 오전 4시 총파업을 선언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4개 도시 지하철노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사측이 18일 “노조의 요구대로 3조2교대 근무를 유지하고 인력 충원 문제는 외부 기관에 용역을 줘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했으나 노측이 이를 거부해 파업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하철 노조가 포함된 공공연맹이 민주노총 지도부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점도 파업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는 19일 최종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노사의 입장차가 워낙 커 협상조율에 애를 먹었다. 서울지노위 고위 관계자는 “직권중재를 원하지 않지만 버스교통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하철까지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말해 협상이 결렬되면 직권중재가 불가피하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경우 LG정유 노조의 반발과 21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3차 총력투쟁이 맞물리면서 올 들어 비교적 순항해 온 노사정 관계가 파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력 투입될까=경찰청 관계자는 19일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LG정유노조가 불법파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사측은 시설물 관리를 위해 경찰력 투입을 요청해 왔다”며 “경찰력 투입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경찰력 투입은 ‘직권중재 회부 결정→사측의 고소고발 또는 경찰력 투입 요청→정부의 검토 및 노조 파업 중지 요구→경찰력 투입’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직권중재▼

지하철 정유공장 병원 등 법으로 정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협상이 결렬되면 중앙 또는 지방노동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 회부를 결정한다. 직권중재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15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또 노동위가 마련한 중재안은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게 돼 노사는 이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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