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피플]에이블 C&C 서영필 사장

  • 입력 2004년 7월 25일 18시 26분


‘미샤’ 브랜드의 초저가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이블C&C 서영필 사장은 “온라인 주문으로 회사의 비용구조를 혁신해 컴퓨터 업계의 강자로 우뚝 선 미국의 델처럼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미샤’ 브랜드의 초저가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이블C&C 서영필 사장은 “온라인 주문으로 회사의 비용구조를 혁신해 컴퓨터 업계의 강자로 우뚝 선 미국의 델처럼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화장품 산업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드는 혁신적인 회사가 될 겁니다. 컴퓨터업계의 델(Dell)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온라인 전문 화장품 회사로 출발해 ‘미샤’ 브랜드의 초저가 화장품으로 일대 돌풍을 일으킨 에이블C&C의 서영필 사장(42).

2002년 매출액이 33억원에 불과했던 미샤는 지난해 130억원으로 성장했고 금년에는 10배가량 많은 1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초저가 화장품을 판다고 해서 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금년 상반기 실적만 해도 매출액 550억원에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는다.

미샤의 파괴력은 서 사장의 화장품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터넷에서 나온다.

서 사장은 “화장품은 화장품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당연한 말인 것 같은 서 사장의 말은 화장품 업계의 비즈니스 구조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고승(高僧)의 화두처럼 뒤통수를 내리친다.

일반 화장품회사는 화장품 산업을 ‘아름다움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막대한 돈을 투자해 자사 브랜드를 신비스럽게 하거나 제품 고급화에 역점을 둔다.

그러나 서 사장은 모든 겉치레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만큼 낮추는 것이 소비자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이블C&C의 모든 사업구조는 쓸데없는 경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 사장의 경영 철학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졸업 이후 생활용품 기업의 화장품 연구원, 소규모 오프라인 화장품회사 경영자 등을 거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고급 화장품회사의 제품은 원재료비가 10% 안팎이기 때문에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본 것.

“소비자들이 눈가리개를 하고 화장품을 고르면 수십만원대의 고가 화장품과 미샤 화장품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화장품회사의 마케팅 때문에 소비자들이 고가의 화장품이 더 좋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샤 성공의 또 다른 원동력은 인터넷이다.

그는 1998년 인터넷 붐이 일 때 여성포털 뷰티넷(beautinet.co.kr)을 만들어 회원이 배송료 3300원만 지불하면 공짜로 제품을 보내줬다. 주문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우체국과 협상해 배송료를 낮출 수 있으므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이후 뷰티넷 회원은 100만명으로 늘었고 열성 회원들 덕분에 2002년 첫 오프라인 직영 매장 3개도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미샤의 오프라인 매장은 190개로 늘었고 매출의 90%가 오프라인에서 나온다.

소규모 화장품회사를 창업하면서 품었던 ‘초저가 화장품을 공급하겠다’는 신념이 막대한 광고비와 판매활동비가 없어 좌절되기 직전 인터넷이 날개를 달아준 것.

서 사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업을 미국, 일본, 호주, 중국 등지로 확장하기로 한 것.

그는 “품질에는 자신 있기 때문에 세계 여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생각만 바꿀 수 있다면 미샤는 전 세계 여성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미샤의 이번 도전이 성공한다면 한국에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글로벌 컴퍼니가 처음 탄생할 것이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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