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본사의 제주 이전 계획을 발표한 지 넉 달째. 성장세인 회사가 한국의 중심지인 서울을 떠나 외딴 섬으로 이사하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실험이다.
업계는 물론 네티즌들도 안착 여부와 서비스 환경 변화 가능성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길=다음은 현재 ‘즐거운 실험’이라고 이름 붙인 제주 이전 프로젝트의 2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1차 테스트를 위해 내려온 기존의 NIL팀에 7월 중순 2차로 내려온 38명의 미디어다음팀이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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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 2차 테스트가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내년 중에 추가로 100명을 내려 보내는 3차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세 차례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본사 전체의 제주 이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보기술(IT)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제주도의 의지는 다음의 이전 시도에 힘을 불어넣었다.
제주도는 지역혁신 5개년 계획의 하나로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IT클러스터 단지 조성도 검토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음의 협력업체와 몇 개 IT 기업도 제주도 이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의 인터넷 콘텐츠 및 서비스는 일단 달라지는 것이 없다. 기술적으로도 서울에서 관리하는 수천대의 서버는 원래 장소에 남아 관리된다. 또 제주와 한반도 본토를 잇는 광케이블이 충분해 네트워크 연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다음 정지은 홍보팀장은 “제주는 다양한 새 무선기술들이 실험되는 시범 도시이기 때문에 무선 환경이 계속 발전하면서 IT 인프라와 콘텐츠, 소비자 문화가 융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옮겨 살아 보니…=제주 이전을 위한 1차 테스트는 성공적이라는 게 내부 평가이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제주에 근무하는 직원의 70% 이상은 근무 및 주거환경 모두에 대해 “서울보다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10여분이면 집에서 회사까지 신나게 드라이브할 수 있는 출퇴근 환경, 자기 계발을 위한 여가 시간의 증가, 친환경적인 주변 여건 등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NIL팀 김민석씨(30)는 “네티즌들의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하는 작업은 서울이나 제주도나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일에 집중하는 것이 쉬워져 개인적 성과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거리감을 극복하기 위한 회사측의 지원은 전폭적이다. 직원과 가족들은 1만원만 내면 국내선 왕복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 20평대 원룸형 아파트는 회사가 무료로 임대해 준다. 집을 살 경우 4%대의 싼 이자로 대출해준다. 자동차 등 운송수단도 일부 제공한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지방의 낮은 땅값 등을 따져도 결국 회사가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 하는 실험이다.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본다”고 말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인적네트워크 관리의 어려움, 문화 및 편의시설의 부족, 아직은 원활하지 못한 서울 본사와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등이 꼽힌다.
미디어다음팀 이동미씨(30)는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제주도 이사를 망설이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본사 이전 프로젝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유명무실해진 혜택이 많고 5년간 법인세 100% 감면 등의 혜택도 이전 규모 등을 따져 일일이 계산하면 25%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
제주=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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