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으로 인한 로열티 수입보다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특허를 도용한 업체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실익도 없이 수년간의 법정 분쟁으로 경비만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자기만의 신기술을 지키기 위해 이른바 ‘블랙박스(Black Box) 전략’을 도입하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늘고 있다.
일본 샤프의 경우 액정화면(LCD) TV의 중요한 제조기술은 특허출원을 하는 대신 사내 블랙박스에 저장하고 있다.
일본 마쓰시타전기 역시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출원 포기는 물론 관련 부서 직원이 아니면 내부 직원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등 신기술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캐논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기계장치도 사내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전자부품회사인 삼성전기도 일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특허출원조차 않고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최대 수익사업 부문으로 꼽히는 휴대전화 등의 내부에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만드는 과정의 경우 일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료의 배합비율, 온도 등 제조 과정에 대한 특허는 경쟁업체에 정보만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
LG화학 내 정보 및 전자소재 관련 사업부문도 일부 핵심기술의 경우 특허를 내는 것 자체가 기술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는 판단 아래 특허출원을 하지 않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신물질이나 신소재는 특허를 등록하는 것이 기술을 보호하는 방법이지만 공정과 관련된 신기술은 경쟁업체에 아이디어만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블랙박스 전략은 더욱 널리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블랙박스 전략▼
신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아예 등록하지 않음으로써 경쟁 업체의 모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전략. 주로 일본 업체들이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과 대만,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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