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대기업으로 군림했던 AT&T는 독점규제 소송에 시달리다 1984년 지역별 7개의 전화회사를 떼어냈고 1995년엔 통신서비스의 AT&T, 통신장비의 루슨트 테크놀로지, 컴퓨터회사인 NCR로 갈라졌다.
이런 AT&T가 22일 또다시 뉴스의 초점이 됐다. 가정 전화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 3500만명에 이르는 장거리와 시내통화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는 계속하되 신규고객은 사양한다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도만 AT&T 최고경영자(CEO)는 스스로 “역사적 변화”라면서 “앞으로 기업고객과 인터넷 기반의 전화 네트워크 구축에 전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케스트 커뮤니케이션스라는 전화서비스 회사는 25일 주요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AT&T 고객에게 ‘우리에게 오라’는 손짓을 시작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AT&T의 장거리 전화 신규가입자가 한 달에 45만명이나 됐지만 빠져나가는 고객이 더 많아 최근엔 매년 400만∼500만명이 줄었다”면서 “AT&T의 이번 선언에 따라 향후 1년 사이에 가입자 60%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AT&T의 이번 선언을 ‘덩치를 줄여 매력적인 인수합병 대상이 되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현재 111억달러인 시장 가격을 스스로 깎는 의미도 있다.
AT&T는 작년엔 경쟁사인 SBC와 합병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독과점 규제에 걸려 추진되지 못했다.
‘천하의 AT&T’가 잘 팔려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니. 마케팅 전문가들은 “AT&T가 브랜드 파워만 믿고 무제한 장거리 전화 등 소비자들의 변화를 리드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러다가 브랜드 파워를 깎아먹었고 격화된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마치 복사기의 대명사였던 제록스, 필름업계의 왕자였던 코닥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깨나 했던 것처럼.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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